저자 스티븐 샤비로 | 옮김 이문교 | 출판사 갈무리
저자 스티븐 샤비로 | 옮김 이문교 | 출판사 갈무리

[시사매거진 신혜영 기자] SF 연구자이자 영화 연구자인 스티븐 샤비로는 ‘기준 없이’에서 하나의 철학적 공상을 제안하고 탐험한다. 마르린 하이데거 대신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가 탈근대 사유를 위한 지침이 되었더라면 지금 우리의 철학적 풍경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이데거의 물음은 이런 것이다. “어째서 차라리 무(無)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존재하는가?” 반면 화이트헤드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어째서 늘 새로운 무엇인가가 존재하는가?”

샤비로는 화이트헤드의 질문이야말로 진정 긴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준 없이』는 탈근대 이론, 특히 하이데거가 아닌 화이트헤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관점에서 감성론/미학 이론을 다시 사유하면서 행하는 샤비로의 실험이다.

샤비로는 화이트헤드를 질 들뢰즈와 연관시킨다. 화이트헤드와 들뢰즈 사이에 존재하는 중요한 공명과 친화성을 찾아내고, 화이트헤드에 대한 들뢰즈적 독해와 들뢰즈에 대한 화이트헤드적 독해를 제안한다. 또 샤비로는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관념들을 통해 작업하면서 칸트를 참조한다. 샤비로는 칸트의 사유에 들어있는 일정한 측면들이 화이트헤드와 들뢰즈가 받아들인 철학적 ‘구축론’(constructivism)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주장한다.

‘기준 없이’는 이 세 명의 철학자를 나란히 놓으면서 현대 예술과 미디어 실천들의 관심에 속하는, 그리고 문화이론의 논의들에 속하는 다양한 쟁점들을 조명한다.

더 나아가, 화이트헤드에 대한 새로운 독해를 통해서 그리고 아주 최근의 이론적 담론에서 나타나는 ‘윤리적 전회’와의 꼼꼼하고 사려 깊은 대조를 통해서 사비로는 현대 문화에 대한 비판적 미학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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