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 동의대 철학윤라문화학과 외래교수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 동의대 철학윤라문화학과 외래교수

내가 독설에 일가견(?)이 있음을 좀 아는 지인이 예전에 나더러 팟 캐스트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 물론 그만한 인기도 능력도 인지도도 없기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지금까지 나는 팟 캐스트를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냥 왠지 썩 내키지 않았을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팟 캐스트의 담론 방식이나 토크 스타일이 내 취향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마도 그때는 '정치는 예능이 아니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편견을 깨트린 것이 '썰전'이다. 썰전을 통해 정치 시사의 문제가 예능의 틀로 잘 다뤄질 수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팟 캐스트 방송은 잘 청취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인의 허세 가득한 본인 과시용 방송이나 위트랍시고 깐죽깐죽대며 존재의 가벼움을 과시하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자들은 무슨 얘길해도 기승전 자기 자랑으로 끝나거나 본인 생각이 마치 교리인양 일장 설교를 펼치기도하고 심지어는 잘못된 펙트에 근거해서 혹은 밑도 끝도 없이 예능감만 충만한 상태에서 말장난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팟 캐스트는 정치인에게 아주 매력적인 홍보 미디어임을 부인할 수 없고 특히 인지도 좀 있는 유명 정치인에게는 지지자들에게 본인의 메시지를 전하고 추종자들을 조직하기에 아주 유용한 수단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팟 캐스트를 잘 듣지는 않지만 거기서 노는 정치인들을 비판하지도 않는 편이다.

예전에 연평도 가서 보온병 들고 북한 포탄 탄피라고 기자회견하는 바람에 전국적으로 비웃음의 대상이 됐던 한나라당 전대표 안상수 전 창원시장이 한 때 자신을 소개할 때 스스로 "보온병 안상수입니다" 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본인 부고장만 아니라면 뭐라도 화제에 오르는 게 좋다는 게 정치판의 속담이고 보면 정치인에게 팟 캐스트 만큼 좋은 놀이터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치판의 생리상 아무리 튀고 싶고 또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겠지만 제발 지킬 건 지키고 말조심 입조심은 좀 하자. 자유민주사회에서 정치의 세속화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정치의 세속화가 곧 정치의 천박화를 합리화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워낙에 잘나고 출중하니 대중의 지지도 받고 뱃지도 달고 유명 정치인이 되었겠지만 그렇더라도 마치 모든 것을 다 안다는듯 함부로 말하지도 말자. 이 엄중한 시기에 유명 정치인의 부적절한 한마디 말과 한순간의 행동이 어떤 치명적인 누를 끼치는 지는 말 안해도 잘 알지 않은가. 

우리처럼 평범한 백성들도 요즘 시기에는 각별히 말조심 행동조심 하는 판국인데 만인이 쳐다보는 위에 계신 분들이 왜이리 경거망동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참을 수 없는 철학의 빈곤이여, 참을 수 없는 조동아리의 경박함이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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