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건 기자] '합병 권유'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뚝심 하나로 극복하고 충북의 명품조합으로 길러낸 김병국 전 서충주농협 조합장(10대~14대)은, 올해 초 5선 조합장 (10·11·12·13·14대)으로서의 소임을 마치고 반 평생 몸 담았던 서충주 농협을 떠나 지금은 평범한 농민 조합원의 삶을 가꾸고 있다.

김병국 전 서충주농협 조합장

김 전 조합장은 약관을 조금 넘긴 나이에 농협에 입사한 후 경영 일선에서 40여 년의 세월을 보내고서야 조합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치열했던 농협인의 길을 회고하였으며, 그에게는 필생의 역작과도 같은 '서충주 농협 50년사'를 탐독하면서 농업·농촌과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순간을 복기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미소지으며 말한다.

김 전 조합장은 "지나온 50년의 여정이 아름다워야 나아갈 50년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서충주농협 50년사'를 집필하였습니다" 라며, 감회를 전했다.

그가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가장 큰 시련으로 꼽은 때는 단연 조합장 취임 1주 만에 받은 농협 합병 권유라고 말했다.

당시 자산 100억원대의 부실 조합이 2,000억원에 가까운 건실한 조합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조합원 중심의 경영철학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전하며, "조합원이 주인인 농, 축협은 큰 이익을 쫒기보다는 바른 이익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의 말에는 그가 전하는 협동조합에 대한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신용사업의 바른 이익은 고객의 자산을 내 자산처럼 관리하고, 비올 때 우산을 주고 볕들어 함께 성장하는 따뜻한 금융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재임 중 7년 연속 클린뱅크 인증을 받았는데, 이 역시 신용사업의 질적 성장을 중시하는 대목이다"고 전하는 얘기에는 그의 확고한 신념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김 전 조합장은 "경제사업의 바른 이익은 농가소득을 높여 농민 조합원의 풍요로운 삶을 구현하는 데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농축협이 지역에 산재한 수요를 결집해 산지에서 소비자로 이어지는 판로를 개척해야한다"고 강조했다.

2001년 만성지점 하나로마트를 시작으로, 20008년 대소원지점 하나로마트 개점, 2018년 경제유통사업본부 준공 지원 등을 추진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2018년에 연간 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만성지점 하나로마트는 단순한 판매채널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도농교류 촉진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 전 조합장은 "지금도 지역에 강한 서충주 농협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애정을 표했다.

아울러 "반 평생 몸담은 농협을 떠나고서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그 동안 농업 현장에서 갈고 닦은 풍부한 경험과 농협에서 축적한 지식을 바탕으로 농업·농촌·농협에 헌신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한다"고 전했다.

"기본에 충실한 협동조합은 '농민을 위한 조합 · 조합을 위한 농협중앙회'를 의미하며, 농협인의 길은 '잘 사는 농민, 살고 싶은 농촌'에서 찾아야 한다"는 그의 조언과 다짐은 아직도 잔잔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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