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최초 해시계보다 6세기 앞서… 시계 바늘 그림자를 계절별로 다르게 읽는 정교함까지

- 계절 구분 위해 새겨진 그리스어와 독특한 나뭇잎 문양으로 기존 유물보다 희소성 높아…

라오디케아에서 발견된 해시계의 모습 (c)터키문화관광부

 

[시사매거진=김성민 기자]터키문화관광부(Turkish Ministry of Culture and Tourism)가 2,000년 된 고대 해시계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번에 발견된 해시계는 터키 아나톨리아(Anatolia) 지역의 서부 데니즐리(Denizli)에 위치한 고대 도시 라오디케아(Laodicea)에서 발견된 세 번째 해시계로, 기존 유물들과 달리 태양의 위치에 따라 세부적인 시간 분할이 가능한 눈금과 지표가 적혀 있어 세계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발견으로 꼽힌다.

해시계는 지난 3월 파묵칼레 대학교(Pamukkale University)의 고고학자이자 교수인 젤랄 심셰크(Celal simşek)가 이끄는 연구팀이 라오디케아의 헬레니즘 유적 중 하나인 고대 극장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발굴했다. 발굴 당시 해시계는 정남쪽을 향하고 있었으며, 그노몬(gnomon)이라고 불리는 시곗바늘은 이번에 발견되지 않았다. 이 반구형 해시계의 연식은 2020년 정도로, 아우구스투스 황제(the Emperor Augustus, BC 27 - AD 14) 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시계인 신라 시대의 것과 비교하면 6세기 정도 빠른 편이다.

이번에 발견된 해시계는 중앙에 위치한 시곗바늘의 그림자를 통해 계절과 달(月)에 따라 시간을 확인했던 정교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시계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시기 별로 시간을 계산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먼저 상단에는 그리스어로 겨울철을 나타내는 ‘키시메리니(Ksimerini)’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중간에는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계절, 즉 하지에서 동지 사이를 나타내는 ‘이시메리니(Isimerini)’, 하단에는 여름철을 나타내는 ‘테리니(Terini)’가 새겨져 있다. 겨울에는 키시메리니로 표시된 상부의 좁은 구간에 생기는 바늘의 그림자를 관찰해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월 21일부터 6월 21일까지는 중간의 이시메리니 구간, 이후에는 하단의 넓은 테리니 구간을 기준으로 했다. 연구팀은 해시계 가장자리에 그려진 나뭇잎 문양이 유물의 희소성을 더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해시계의 발견은 고대 도시 라오디케아가 활자를 이해하는 높은 수준의 문명과 부, 발달된 예술 문화를 가졌던 도시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평가되고 있다. 라오디케아는 고대 로마인들도 인정했던 소아시아(Asia Minor) 반도의 중요 도시 중 하나로 실크로드의 길목에 위치한 교통의 요충지로 무역과 금융을 통해 막대한 부를 가질 수 있었다. 리쿠스(Lycus) 계곡의 비옥한 땅을 바탕으로 목양과 목화 재배 또한 활발했고, 의학의 발전은 물론, 소아시아 7교회 중 하나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한편, 터키는 트로이의 고고유적, 카파도키아의 바위 유적, 이스탄불 유적지구 등 총 17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 상부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나라로, 동서양 문명이 교차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여행지로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고대도시 라오디케아 전경(Laodic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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