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존은 오직 미적 현상으로만 정당화된다’

[시사매거진= 서봉섭 기자]특정공간을 일정기간 동안만 전시장으로 활용하여 아나코 스타일(Anarcho-Style)의 게릴라 전시를 열고 있는 김상표화가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김상표 교수(사진_서봉섭 기자)

이번 전시의 특별한 점을 든다면?

“내 작업실 이름을 따서 ‘Gallery Parrhesia 1st Academy Meeting’이란 게릴라방식의 전시회를 개최한다. 작업실이 있는 삼화빌딩에서 메세나후원 방식으로 100여평의 공간을 임시전시장으로 제공했기에 가능한 전시다. ‘나의 실존은 오직 미적 현상으로만 정당화된다’는 주제하에 회화적 퍼포먼스에 가까운 인물화 100호 80여점이 전시된다.” 그림의 소재들은 NIRVANA, 에로스와 타나토스, 운명교향곡, 사랑예찬, 미륵 등 여러 갈래로 분기되어 있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인간 실존이라는 망망대해를 향해 흘러간다. 시작도 끝도 모두 열려 있는 아나코 스타일의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김상표_NIRVANA-보컬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0

자신의 작업을 아나키즘적 저항성의 표식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를 설명하면?

“창조적 무(Creative Nothing)로서의 나는 개인을 사회적 신체로 길들이는 기존의 규범들과 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나의 코드화된 삶을 거부하기를 욕망한다. 이것이 회화에 대한 나의 힘에의 의지이다. 인과성과 목적성의 덫에서 벗어나 우연의 필연을 긍정하면서 반미학의 미학을 수행한다. 그림과 그림 아닌 것의 경계에서의 화가-되기는 나의 아나키즘적 저항성의 표식이다.” 

김상표_NIRVANA-아나키즘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0

김상표 화가만의 고유한 미학적 관점이 있다면?

“리좀적으로 증식하는 선과 색이 얼기설기 얽혀서 만들어진 흐름이 준안정적인 상태로 잠시 멈추어선 순간, 그것이 나의 그림이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직 현재 속에서만 살아 숨쉬는 일시적인 수행성의 장 그 자체일 뿐이다. 구분지어지고 정의될 수 있는 경계를 갖고 있는 예술작품이 아니라, 내 몸의 수행성 그 자체인 예술활동이 나의 미학적 관심이다.” 

김상표_사랑예찬-나와너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0

예술의 모험에 뛰어든 화가로서 새로운 꿈을 꾼다면?

“내가 작업한 각각의 그림들은 애매하고 모호한 여백을 담고 있어서 캔버스에 가해질 새로운 사건들을 언제든 수용할 수 있으며 다른 그림들과의 상호적 관계에도 개방되어 있다. 요컨대 나의 그림은 언제든 자신 스스로에게 저항하는 카오스모스이다. 이것이 나의 아나코 회화(Anarcho-Painting)이다. 나는 영원한 아마추어이기를 꿈꾼다.”

김상표_사랑예찬-나와너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0

이번 전시는 9월 5일부터 9월 29일까지 이루어진다. 관람자는 반드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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