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의 주변화·획일화 등 딜레마 해결이 관건
지난달 4월 1일 EBS 수능방송 강의가 시작됐다. 많은 사람은 이를’교육산업의 대변혁’이라고 말한다. 정부의’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일환으로 실시된 이번 수능방송 강의로 온라인 교육장비업체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반면 학생 수가 급감한 보습학원은’죽겠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수능방송이 사교육비 경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교사강의는 볼 만한데…사교육비 경감 의문
교육인적자원부가 사교육비 경감대책으로 내놓은 EBS 수능 강의가 한달을 맞았다. 강의 개시 전엔’접속대란’등의 우려도 나왔으나 기우에 그쳤고 이제 관심은 과연 EBS 강의가 학생들 개개인의 요구에 꼭 맞는’맞춤 학습’을 제공,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느냐다.
일단 EBS 강의 자체에 대한 평가는 합격점이다. 실수요자인 수험생은 물론 교사나 학원 강사들도’들을 만하고 강의 수준도 괜찮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실제 수업 강의와 달리’쌍방향 수업’이 아닌 탓에 궁금한 것을 바로 해소할 수 없고 지루하다는 불만도 있고 학원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활용하겠다는 수험생도 많다.
중상위권 수준인 서울 시내 모 여고 3학년 박모양은”못 가르치는 건 아닌데 수십분씩 강의가 계속되니까 집중력도 떨어지고 지루해서 꾸준히 못 보게 된다”면서”게다가 다른 공부할 것도 많고 계속 TV 앞에만 앉아 있자니 시간 낭비 같아 강의는 안 듣고 교재만 사서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양은 또”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그렇고 학원 다니는 애들은 학원에서 EBS 교재로 배우거나 혼자 교재만 사서 보는 분위기더라”라고 전했다. 한 외국어고교의 교사는”주로 상위권 학생들은 시간 절약을 위해 강의는 안 듣고 교재만 보고 중.하위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강의를 듣는 편”이라고 말했다. 방송강의의 본질적 한계인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긴봐야겠는데’교재 너무 많아 난감

많게는 과목에 따라 10권에 달하는 교재가 너무 많아서 어떤 걸 봐야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EBS 강의를 수능에 반영한다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보기는 봐야 할 것 같은데 교재 숫자가 많아서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개인별 수준과 취약점에 따라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교육부의 취지와 수능 반영 방침으로 EBS 강의가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수험생의 심리 사이에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선 교사들 사이에선”교육부가 좀더 구체적인 반영 방침을 밝혀야 한다”거나 “강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여고 3학년 반장은”공부하는 애들도 그렇고 이 강의를 활용해야 하는 교사 입장에서도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강의가 많다”면서”대부분 선생님들은 강의를 요약해서 수업자료로 활용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EBS에 대한 기대는 단순했으면 하는 건데 너무 복잡하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강의’돌풍’…온·오프라인 학원 반격

현재 교육방송(EBS) 수능강의 시작이래 EBS 수능강의 사이트(www.ebsi. co.kr) 회원 가입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수능 지원자 67만여명의 4분의 3을 넘는 것으로, 사교육에 집중됐던 수험생들이 EBS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온·오프라인 학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일부 학원들은 EBS 강의가’기대 이하’라며 폄하하는 한편 EBS 강의의 틈새 서비스로 수험생을 붙잡고 있다.
EBS가 모은 회원은 사설 온라인 입시학원이 1년 이상 걸려야 모을 수 있는 숫자로 온라인업계 1위 업체보다도 앞서는 규모다. EBS 인터넷 수능 사이트는 접속량 순위(알렉사 기준)가 전세계 사이트 중 831위로 1주일전 2만7163위에서 급상승, 증가율 국내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온라인 입시업체 1위인 M사이트는 같은 기간 2937위에서 4043위로 떨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가입회원 대비 VOD 최대 동시접속자 비율은 2.5%로 민간 사이트의 1∼2%보다 높다”며”콘텐츠가 늘어나고 강의와 수능 연계의 시금석이 될 6월 모의수능이 다가오면 가입자가 다시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원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해지면서 사설업체에 비해 떨어지는 화질과 다소 지루한 강의방식 등에 불만을 표시하는 수험생도 늘어나고 있다. 이은혜(18·고3)양은”콘텐츠가 화려하고 다양한 사설 사이트에 비해 EBS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가 수능온라인 무료·차별화로 승부
교육방송(EBS)의 수능강의가 자리잡으면서 온라인 수능강의 업체와 오프라인 학원가에 강한 역풍이 불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시선이 EBS로 쏠리면서 매출이 뚝 떨어진 것이다.
EBS 수능강의가 시작되면서 사설 온라인업체들은 매출이 10∼30% 줄었다고 밝혔다. EBS의 공세가 거세지자 무료사이트를 선언한 곳도 있다. 전 과목 50개 강좌 6000여편의 동영상을 무료로 제공하는’골든벨에듀(www.goldenbelledu.com)’가 대표적이다. 입시상담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한편 상위권 수험생을 위한 차별화 강좌로 전략을 세운 업체도 많다.
‘스카이에듀(www.skyedu.com)’는 그동안 유료로 운영하던 전문가의 입시상담과 입시설명회 자료 및 영역별 핵심을 정리하는’테마강의’도 무료화했다. 이와 함께’E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코너를 만들어 EBS강좌나 교재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상위권 수험생을 겨냥한 강좌도 준비하고 있으며 수강료 인하도 고려 중이다.
EBS보다 앞선 서비스로 경쟁하겠다는 곳도 있다.
7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메가스터디(www.megastudy.net)는 강의를 미리 내려받을 수 있는’예약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이 보다 쉽게 동영상 강의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울 강남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학원들은 EBS 수능 강의가 시작된 뒤 대략 20%가량 학생들이 줄어들었다는 게 전국보습학원연합회 측의 추산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소규모 학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학원이 이달 들어 속속’EBS 병행’’EBS 보완’강의를 내놓고 있다. 학생들을 붙잡기 위해서다. 서울 J학원 관계자는”학원에서는 방송 강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원가의 수강생 수 격감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강남의 한 학원 관계자는”6월 모의수능에 EBS 강의가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학원을 택할 것인가 EBS를 신뢰할 것인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교사
·강사가 정리해서 재교육

대부분의 일선 학교에선 EBS 강의 중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원하는 학생에게 시청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교사가 내용을 소화, 학생들에게 간접 전달해준다는 계획이다.
서울의 한 외고는 과목별 교과협의회를 거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강좌만 내려받기한 뒤 원하는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식으로 EBS 강의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학생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모든 강의를 다 들을 수 없는 만큼 나머지 강의는 교사들이 정리해서 재교육을 시킬 계획이다. 그외 나머지 강의 활용은 학생 개개인에게 맡기기로 했다.
일부 교사들은 보충수업 시간에 EBS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새로운 문제유형만 뽑아서 가르치겠다는 교사도 있다. 이런 활용법은 대다수의 고교는 물론 사설 학원에서도 비슷하다. 강의는 많은데 정규 수업까지 제쳐놓고 EBS 강의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탓이다.
본질적으론 EBS 강의의 수능 반영 방식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적도, 실제 수능을 거쳐 검증된 적도 없기 때문에 모두 반신반의하며 일단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출제와 강의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려면 사전에 두 분야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조직화·체계화된 강의로 출발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우려도 있다.

문제점과 앞으로의 과제

일부 수험생들 사이에선 EBS 강의가’옥상옥’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잖아도 공부할 게 많은데 짐이 하나 더 생겼다는 반응이다. 방송강의는 속성상 예습복습이 뒤따라야 하는데 가뜩이나 시간이 부족한 수험생들이 시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염려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EBS 강의 교재가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에 이미 나와있는 다른 문제집 참고서를 뛰어넘는 독특한 문제유형이나 접근법 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재가 급조됐다거나 짜깁기했다는 혹평도 뒤따른다.
이는 결국 굳이 EBS 교재가 아니라 다른 교재를 봐도 상관 없는 것 아니냐는’EBS 무용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교육부의 취지는 수포로 돌아갈 우려가 크다.
결국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선 교육부가 오는 11월 수능을 통해’EBS 강의만 들으면 굳이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확신을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심어줘야 한다.
그러자면 상당수 수험생과 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수능이 EBS 강의에서 출제돼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이미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일선 교사들의 소외론이나 EBS 강의로 인한 학교 교육의 주변화, 교육의 획일화, 변별력 있는 평가의 어려움 등이 문제로 남는다.
교육부로선 이런 딜레마를 안은 채 EBS 강의로 수험생과 학부모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2005학년도 수능준비 어떻게…
지난달 1일 교육방송(EBS) 수능강의가 위성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시작되고, 11월17일 치를 수능시험 시행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2005학년도 대학입시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7차 교육과정이 첫 적용돼 모든 영역이 임의 선택형으로 바뀌는 이번 수능시험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원대학을 복수로 정한 뒤 이에 대비하는’맞춤식 수험전략’이 가장 필요하다. 특히 EBS 수능강의가 수능출제에 반영되는 만큼 수능강의에도 신경을 써야 하며, 반복출제 제한규정 폐지에 따라 기출문제 풀이를 통한 실전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수능 대비 전략=수능시험이 선택형으로 바뀜에 따라 본인이 지망하는 대학의 모집단위에서 반영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공부해야 한다. 주요 대학들은 언어·수리·외국어영역에 인문계는 사회탐구를, 자연계는 과학탐구를 주로 반영하는’3+1’체제를 택할 예정이다. 대학 및 학과 선택은 복수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번 수능에서는 기출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출제경향이나 예상 난이도를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히 EBS 수능강의 내용이 수능시험에 반영될 전망이므로 수능강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EBS 수능강의 활용법=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맞는 강의를 정한 뒤 반복해서 학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위성방송보다는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없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방송을 통해 학습을 할 경우 복습과 예습을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사탐·과탐영역 일부 선택과목과 제2외국어는 더욱 예·복습에 신경써야 한다. 또 방송은 듣지 않는다 해도 인터넷 강의용으로 개발된 교재는 구입해 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고 수능강의에 매달리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역별 학습 방법=언어영역은 문제 중심보다는 문학, 독해, 듣기, 쓰기 등 각 영역의 중심 내용을 철저히 익히는 데 초점을 두고 학습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작문의 기초 원리나 글의 구성 방식 등과 같은 기본적인 지식을 확실히 정리하고 꾸준한 독서와 문제풀이, 시사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수리영역은 단순암기나 복잡한 계산 위주의 문항출제를 지양한다는 평가원의 방침에 따라 수학적 해석력, 분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수학의 개념·원리·법칙 등을 충분히 이해해 수학적 안목을 갖춰야 한다. 문제 해결의 수단인 계산능력은 기본이며, 기본개념이나 원리, 법칙이 실생활이나 다른 교과에 적용되는 응용문제도 풀어봐야 한다.
외국어는 전문가들이 예년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는 영역이다. 평가원이 밝힌 대로 어휘출제 범위가 심화선택과목 수준으로 확대돼 지문의 내용이 어려워지고 길이도 다소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사회탐구영역은 사회현상의 구체적 사례를 통한 이론과 실제의 이해를 요구하는 문제가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부각되고 있는 현안을 교과서의 기본지식과 용어들로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시사적인 문제가 자주 출제되는 만큼 신문의 주요면과 사설 등을 꾸준히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과학탐구영역은 교과서에 나오는 필수 탐구활동에 대한 정밀한 학습이 필요하며 단원별로 탐구과정, 실험결과를 표와 그래프로 표현하는 능력, 자료해석 능력, 기본개념을 자연현상에 적용하는 능력과 각종 실험기기의 사용법을 익혀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 기본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토대로 실생활과 관련지어 이해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업탐구영역은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에 제시된 내용과 실험·실습과 관련된 실제적인 학습상황을 연관지어 잘 이해해야 하며, 제2외국어와 한문영역은 무엇보다 실생활에서의 의사소통이나 적용, 독해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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