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이순신의 반역 | 제 25장 이순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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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이순신의 반역 | 제 25장 이순신의 꿈
  • 편집국
  • 승인 2021.06.0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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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유광남

[시사매거진276호] 이순신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꿈치고는 섬뜩한 흉몽이라 생각했다. 작두위의 낮선 얼굴은 자기였다.

해괴한 꿈이로다.”

냉기가 엄습하는 수옥의 바닥으로 인해서 몸을 뒤척일 때 밖으로부터 조총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미명(未明)의 감옥 내부는 아직 잔잔한 어둠이었으나 총성으로 깨어졌다. 매우 촉박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났다.

장군!”

황망히 이순신을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군관으로 자신을 지켜주던 전 종사관 정경달이었다. 이어서 장남인 이회와 차남 이울이 뛰어 들어왔다. 그들의 얼굴은 흥분의 기색이 역력 했다. 이순신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뿔싸, 기어코 일을 저질렀느냐?”

사야가 김충선이 초연 냄새가 가시지 않은 화승총을 거머쥐고 진입했다. 그는 매우 침착해 보였고 당당한 걸음걸이였다.

모두 장군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난 가지 않을 것이다. 이미 경고 했거니와 나라의 위기를 틈타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다!”

김충선과 아들들이 무릎을 꿇었다. 정경달도 바싹 엎드렸다.

장군을 위한다고 생각지 말아 주십시오. 나라가 위태롭습니다.”아버님의 뜻을 소자들이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이제는 하늘의 뜻을 거역하지 말아 주십시오.”

통제사 이순신의 얼굴에 노여움이 가득했다.

얼빠진 놈들! 무엇이 하늘을 거슬리는 행동인지 진정 모르는가?”

신 반쪽 조선인 사야가 아뢰옵니다. 통제사 영감은 왜적을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장군이십니다. 장군이 이곳에 머무르시게 되면 호남의 남해바다는 끝장입니다. 왜적은 이제 서쪽으로 북상하여 조선을 초토화 시키고 명국으로 질주할 것입니다. 그 누구도 조선을 지킬 수 있는 장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소리로 날 현혹 시키지 마라. 조선의 명장이 어디 나 뿐이냐? 그리고 육지에서는 행주산성의 신화를 이룩한 도원수가 계시다!”

불쑥 그들의 뒤편에서 권율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 찾으시는가? 말씀은 고마우나 나 홀로서 어찌 조선을 지킬 수 있는가? 내가 명장인 것은 장군과 같은 장수가 존재해줘야 하는 법일세.”

이순신은 크게 놀랐다. 의금부의 수옥으로 도원수 권율이 직접 나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가?

...원수께서......?”

그렇다네. 이 사람은 그럼 어떤가?”

중후한 목소리와 동시에 영의정 유성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순신은 절로 신음을 토해냈다.

영상대감도 납시었소이까? 이럴 수는 없습니다. 막중한 국가대사를 좌우 하시는 분들이 이 보잘것없는 사람을 위해 행보하시다니요? 이건 아닙니다.”

맞아요. 저도 그렇다고 생각 합니다. 장군의 곁에는 저와 같은 사람이 어울리지 않습니까?”

홍의장군 곽재우도 웃으며 등장했다. 이순신은 목전에 펼쳐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분명 그들은 이순신을 지지하기 위해 나서준 것이다. 이건 사야가 김충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조선 조정의 최고봉인 영의정과 군통수권자라 할 수 있는 도원수, 게다가 전 의병의 정신적 지주인 홍의장군 곽재우까지 총 동원 되었다.

이 나라 조선의 가장 충성스러운 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니 새삼 가슴이 벅차오르긴 합니다.”

역시 마찬가지요! 통제사.”

정경달이 이순신을 부축했다.

일단 여기를 빠져 나가셔야지요.”

이순신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신뢰와 감격에 벅찬 시선들이 이순신에게로 쏟아졌다.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유성룡이 빙그레 웃었다.

일본 교토의 기습 공격을 감행해야 하지 않겠소? 이 장군이 원하던 작전을 이제 승인 하셨소이다.”

통제사 이순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인가?”

이순신의 시선을 의식하며 김충선이 대답했다.

전하께서 윤허하셨습니다.”

상감마마라 하시면?”

장남 이회가 부친을 올려다보았다. 눈물이 그렁그렁 하였다.

아버님, 세자 저하이신 광해군께옵서 새 임금으로 등극하시어 첫 번째 명이 아버님의 방면과 왜적의 본토 공격을 수락하셨습니다.”

이순신은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새로운 임금이시란 말이지?”

이울이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부친 이순신의 손을 잡았다.

선왕은 폐위되었습니다. 군사들에게 포위당한 채 정릉동행궁의 집무실에서 스스로 목을 매고 자진하였습니다. 당연히 아버님의 무고도 밝혀졌습니다.”

왕이 죽었다. 선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에 이순신은 침음하였다.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것이었으면서 왜 끝까지 무모한 경계를 하였는가? 신하를 질투하고 모함하여 무엇을 얻고자 했던가? 이순신은 갑자기 서글퍼졌다. 자신을 철저히 망가뜨리려 했던 선조의 마지막은 비참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위한 눈물 보다는 나라와 백성의 안위로 인해서 울컥 마음이 격랑을 일으켰다.

나의 함대는 이제 왜적의 심장부로 향한다!”

뜨거움이 치솟았다.

 

함대는 목표 지점을 향하여 순항 하였다. 돌격선인 귀선을 선두로 하여 판옥선 30척과 어선과 상선을 개조한 수송선 58척이 남해를 빠져나와 동해상으로 항로를 잡았다. 판옥선은 이순신 연합함대중 경상좌수영 소속 10척과 전라좌수영 10, 전라우수영 10척이 동원 되었다. 급조한 화물선에는 격군(格軍)을 제외하고는 의병장 곽재우의 의병 800명과 삼혜의 승병 450여 명, 그리고 김충선의 철포부대 300명이 승선하였다. 판옥선에는 이순신의 수군으로 10척을 조직하고, 나머지 20척에는 권율 도원수로부터 지원 받은 장군 정기룡과 정예 육군 병력이 충원 되었으며 판옥선을 운항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군 즉 기패관(旗牌官)과 훈도(訓導)와 사공(沙工)으로만 채워졌다. 다시 말해서 조선의 전투함대 판옥선의 20척은 전함의 목적이 아닌 병력수송의 목적으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이들 판옥선에는 사부(射夫)나 화포장(火砲匠), 방포수(放砲手) 등은 최소 인력만을 동원하였다. 일종의 모험이기도 했지만 이것은 이미 오래전에 계획 된 전술이었다. 사공으로는 배의 키를 조정하는 조타수(操舵手)와 돛의 줄을 전담하고 대창으로 적을 공격하는 요수, 닻을 전적으로 다루고 뱃머리의 공격과 수비를 맡고 있는 정수 등 10여 명이 전부였다, 100명 정도의 필요한 격군중 반은 육군의 군사들이 번갈아 가며 노를 잡았다. 따라서 20척의 판옥선에는 정예 육군병력이 150여 명씩 약 3000 여명 승선할 수 있었다.

이번 기습은 왜적의 심장부를 점령하는 겁니다! 가장 신속하게 행동하여 교토에 입성, 고요제이천황(後陽成天皇)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김충선의 설명을 듣고 있는 의병장 곽재우와 진주성 전투에서 맹 활략을 펼쳤던 정기룡 장군은 자신들도 모르게 불끈 피가 끓어올랐다. 일본의 내륙으로 침투하여 천황의 가문을 기습 공격 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도발적인 흥분과 긴장으로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선상으로 나와 밤바다를 응시하는 김충선을 찾아온 것이었다.

기습의 원칙에 충실하면 됩니다. 신속함과 정확도만 있다면 우린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 사내는 언제 보아도, 언제 만나도 늘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고 곽재우는 생각 했다. 정기룡장군이 물었다.

교토를 점령하면...과연 조선의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요?”

반드시 그리 됩니다.”

김충선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는 이미 이번 작전을 위해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있었던 터였다. 오래 전에 일본에 잠입하여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패권을 다투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접촉하고 밀담을 나누었다. 그들의 밀약은 당시 성사되지 않았으나 조일전쟁이 멈추지 않는 한 유효한 것으로 김충선은 믿고 있었다.

왜들 나와 계시오?”

이순신이 선실로부터 나오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통제사의 뒤에는 평소 그를 그림자처럼 뒤따르던 조방장 정대수와 전 종사관 정경달이 수행하고 있었다. 곽재우는 동해바다를 가르는 판옥선과 수송선단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바다를 가로 질러서 왜적의 소굴을 질풍노도로 휘몰아칠 것을 생각하니 어찌 잠이 쉽사리 오겠소이까?”

그렇습니다. 조선이 당한 피의 복수를 할 수 있다니 가슴이 벅차올라서 진정이 아니 됩니다.”

도원수 권율의 추천으로 이번 기습전에 참여한 육지의 정기룡장군은 비장한 어조였다. 더욱이 그는 진주성 전투 당시에 사랑하는 아내를 왜적에게 잃었다. 또한 상당수의 가솔들이 비참하게 죽음을 당하여 그 원한이 골수에 맺혀 있는 상태였다. 이순신은 그러한 심정을 잘 알고 있는지라 새삼 당부를 잊지 않고 있었다.

정장군! 우리의 임무는 최소한의 희생을 감수하며 전쟁을 끝내는 것이외다. 왜적의 학살이 목적이 아니라 교토의 천황을 급습하는 것이요! 이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됩니다.”

물론입니다. 장군, 본연의 임무를 어찌 소홀할 수 있겠소이까. 다만, 일본의 천황은 권위만을 지니고 있을 뿐이며 실상 그 권력의 힘은 관백 히데요시가 지니고 있다는 게 아닙니까? 우리는 오사카 성의 히데요시를 공략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요?”

이순신은 가볍게 고개를 양 옆으로 저었다. 이미 그 부분에 관해서는 반쪽 일본인인 사야가 김충선으로부터 일본 정국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보고 받았으며 그에 따른 전략을 수립한 것이었다.

비록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 하여 독주를 하고 있으나 일본의 이인자인 이에야스의 세력이 호시탐탐 정권 탈취의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천황을 생포하게 되면 히데요시는 크게 당황하게 될 것이고,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에 대한 압박의 명분을 갖게 되는 겁니다.”

그럼...이에야스의 군대가 히데요시와 대립을 하게 된다는 말입니까?”

김충선이 눈빛을 반짝였다. 이미 그의 뇌리에는 앞으로 벌어지게 될 일본 교토 정벌의 파국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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