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법무법인 명경(서울) 김재윤 변호사

[시사매거진] #몇 년 전 부인과 사별한 70대 A씨는 재혼을 앞두고 있지만 자녀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A씨가 보유한 건물은 사별한 부인과 일군 재산이기에 자녀들이 상속 문제를 걱정한 것이다. 이에 A씨는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사후 건물은 자녀들에게 상속하되, 현재 보유한 현금과 건물 임대료 소득은 재혼한 부인과의 생활비로 사용하기로 약속하며 갈등을 해결했다.

#수년간 투병생활을 한 80대 B씨는 현재 소유한 주택을 오랜 기간 자신의 병수발을 도맡은 둘째 아들에게만 상속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배우자와 직계비속의 경우 민법이 정한 법정상속분의 1/2만큼을 보장해 주는 유류분 제도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B씨는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유류분 소송을 피할 수 있을지를 검토했다.

최근 1인 가구, 다양한 형태의 재혼가정 등 가족의 형태가 다변화되며 유류분 소송이 늘고 있다. 자신의 의지를 담아 상속을 설계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기존의 가족관계등록부나 상속법만으로는 풀 수 없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찾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작년 3월 유류분 소송에서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자산에 대해 유류분 규정의 예외'가 인정되며 유언장 작성 대신 신탁에 대해 상담하는 비율이 늘었다고 한다.

수원지법은 '사망일 1년 전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맡긴 신탁재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인 금융기관이 가지며, 금융기관으로서는 신탁계약으로 인해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하라는 점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이 신탁재산은 유류분 산정에 산입될 증여에 해당하지 않음을 이유로 유류분반환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부동산전문로펌 법무법인 명경(서울)의 김재윤 대표변호사는 "민법에 따라 위탁자와 금융사가 서로 짜고 은행에 재산을 넘기는 등 '악의'만 없다면 사망하기 전 1년 이내에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만 유류분 대상에 포함된다"며, "해당 법리가 확립되면 유언대용신탁 제도를 이용해 유류분 소송 걱정 없이 재산을 상속인 일부에게 몰아주거나, 아예 재산 전액을 제3자나 사회단체에 기부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위탁자)이 금융회사(수탁자)에 자산을 맡기고 살아있을 때는 자신이 운용수익을 받다가 사망 이후 미리 지정한 수익자에게 자산을 상속·배분하는 계약을 말한다. 유언이 아닌 신탁 행위를 통해 유언과 유사한 법적 효과를 얻는 것으로 민법에 규정된 엄격한 유언 방식을 갖출 필요가 없다.

위탁자는 생전에 미리 신탁재산에 관한 사후 관리, 처분 계획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수익자로 지정된 자가 위탁자의 뜻에 반하는 배신행위를 했을 때 수익권을 박탈하는 등 수익권 행사 등에 일정한 조건을 붙일 수도 있다. 

김재윤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다만 유언대용신탁제도를 이용할 경우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해 신탁계약을 체결해야 하므로 미리 전문가로부터 정확한 법적 조언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받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임연지 기자 kkh9112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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