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위원회 대북인권결의안 채택
2003년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9차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처음으로 통과됐다. 그 후, 금년 3월말부터 4월 중순까지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60차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또 다시 찬성 29표, 반대 8표, 기권 16표로 북한인권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 인권 문제를 감시하는 특별 보고관까지 임명하는 등 지난해보다 압박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인권 문제에 전세계 이목 집중
북한의 심각한 인권 탄압 상황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개선을 촉구하는 ‘제5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가 지난 1월 29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막됐다. 폴란드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칼 거슈먼 미국 NED회장은 “공개 처형, 수용소, 영아 살해 등 북한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태를 종식시키지 않고는 한반도의 안보 위기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라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한반도의 안전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제60차 유엔인권위원회에서도 북한인권 결의안이 압도적은 표차로 통과됐다. 북한인권문제는 이제 국제 사회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현대사회에서 인권은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어떤 이유로도 훼손될 수 없는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고 있으며, 국가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인도적 개입이 국제법상 정당화되어 가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국제사회에서는 그 동안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결의안 채택, 인권보고서 발간 등으로 우려를 표시하며 개선을 촉구하여 왔다.
인권위 위원국인 미국의 경우, 북한 정권은 세계에서 가장 비인간적이며, 기본적인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북한 정권이 인권에 대한 광범위한 침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올해 발표된 국무부의 각 국 인권 보고서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주민의 처형 사례, 강제 노동수용소에서 자행되는 고문, 영아 살해 등의 상황을 자세히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납북 일본인 문제에 대한 각별한 주목을 바란다면서 이는 중대한 인권 위반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국제 인권 기구들에 비협력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 외에도 세계 각 국의 나라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우려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요구한다든지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심각한 사회 문제임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한민족인 우리는 어떠한가? 지난 해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 불참한데 이어 올해 참여는 하였으나 기권 입장을 표명하였다. 전 세계가 심각한 문제로 우려하는 북한 인권 문제를 한민족인 우리만 외면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한민족인 대한민국만 외면 VS 원활한 남북관계 유지

정부의 선택과 그 입장을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북한의 인권 문제를 모른 척한 가장 큰 이유는 남북관계를 고려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후속 6자 회담이 예정돼 있고,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 추진 등 원활한 남북관계의 유지를 위해 노력 중인만큼 굳이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힘들게 만든 북한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픈 정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 세계가 우려한 북한 인권 문제를 한민족인 우리만 모른 척하는 상황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
정부 역시 국민의 비난을 알기에 작년의 유엔인권위원회에는 불참하였으나 올해는 참여하였다. 그러나 이 역시 기권하여 소극적인 자세로 북한과의 관계 이외의 것은 보지 못한다는 비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개선 운동이 북한의 정권 붕괴수단이 되거나 남북 화해 협력 작업 때문에 북한 인권 개선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입장은 분명 문제가 있다. 대북지원과 경제 교류도 좋지만 정부가 북한에 대해 최소한의 인권 준수를 요구해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남북관계를 위해 도움을 줄 것임을 정부는 명심해야한다.

북한 주민들의 목숨을 건 중국행

북한의 인권 유린 상태가 심각한 것임은 탈북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이 증명한다. 탈북자가 증가함에 따라 탈북자 문제 또한 국내외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중국 지린성의 투먼에 있는 한 수용소에 탈북자들이 강제송환을 거부하며 한국행을 요구하는 단식을 벌이는 등 집단행동 사태를 계기로 더욱 그러하다. 이 수용소는 북한으로 보내지는 탈북자를 수용하는 곳으로 이 곳에는 70~100여명이 수용되어 있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탈북자에 대한 단속이 심화될 때에는 수 백 명이 수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이 곳에서 며칠 동안 신분확인 절차를 거친 후 탈북자들은 다시 북한으로 보내진다. 이러한 상황이니 탈북자들은 자신의 정체가 탈로 날 것을 두려워한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범죄 증가와 북한과의 관계를 이유로 불법체류자인 탈북자를 발견하면 북한으로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 수용소와 관련하여 집단행동 사태에 대해 중국 정부측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들의 한국 송환을 강력히 요청했다. 또한 정부는 비정부기구(NGO)들을 통해 수용소와 관련하여 집단행동 사태에 대한 사실 관계를 알아보았으나 현재로선 수용된 탈북자의 집단저항 여부와 그 규모, 성격 등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 중국 측에 상황 전개에 대한 공식 설명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북한뿐만 아니라 탈북자 인권도 국제 사회의 집중적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처신이 어려운 것이 현 정부의 상황이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국제난민기구의 후신)은 탈북자가 10만명에 이르며 그들을 돕는 단체들은 30만명이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북한 내 식량사정이 더 나빠짐에 따라 탈북자 행렬은 더욱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1998년 이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3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중 주중한국대사관 영사부를 통해 한국행에 성공한 탈북자는 600여명을 넘어선다. 지금도 130여명의 탈북자가 주중한국대사관 영사부에서 한국으로 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국공안으로부터 2~3개월 동안 생활한 후 가능하다.


탈북자 지원 정책 및 시스템을 향한 제언
힘들게 찾아온 한국이 그들의 시련의 끝은 아니다. ‘남조선 드림’을 꿈꾸며 목숨걸고 넘어온 탈북자들을 위한 현재의 정책과 시스템은 시설 부족과 그 효과 등 많은 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탈북자에게 실시되고 있는 수용과 교육 지원 기간을 단축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탈북자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더욱 요구된다. 특히 조사대상이 아닐 경우 간단한 신원조사 차원에서 1주일 이내에 조사를 마치고 교육시설로 이송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는 조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에 관한 주장을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교육프로그램 또한 변화가 요구된다.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개인별 프로그램으로 개개인의 적성과 희망을 고려한 적응 교육의 실시가 필요하다. 현재 이러한 개별화된 프로그램은 정착지에 도착한 이후부터 적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정부보다는 지역사회 민간단체의 참여 수준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되고 있다. 사실 정부에서 이루어지는 기초체계 적응교육은 개인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보다는 표준화된 프로그램의 적용이 더욱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그들을 위해 개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만들지 않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집단 수용식의 폐쇄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탈북자의 초기 적응 교육도 개방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개방형은 탈북자들이 한국 주민들과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적응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들에 대해 책으로 수 십 번 반복하여 읽는 것보다 직접 한 번 겪어보고 이야기 해보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그들의 미래를 보장하여 주는 것이다. 탈북자가 북한에서 가졌던 직업이나 현재 희망하는 직업을 고려하여 앞으로의 직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탈북자의 취업과 직업훈련은 직능단체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 하지만 현재까지 직능단체의 탈북자 지원활동은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탈북자가 초기 적응 교육을 마치고 정착지에 도착하면, 이들의 직업훈련과 취업알선은 탈북자가 희망하는 직종의 직능단체가 위탁받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에서는 북한에서 그들의 직업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고려하여 그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어야 하며 교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탈북자가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으로 적용하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정부가 탈북자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교육이 아닌 만큼 이러한 전문인력은 자원 봉사자들을 통한 활동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그들 역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우리 형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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