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이순신의 반역 | 제 26장 왕세자 광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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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이순신의 반역 | 제 26장 왕세자 광해군
  • 편집국
  • 승인 2021.07.0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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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유광남
이순신의 반역 (저자 | 유광남)

[시사매거진277호] 히데요시는 일본 내부의 전란을 종식 시킨 후 그 후유증을 밖으로 돌리고자 영주들에게 명분 없는 전쟁을 지시하였습니다. 반대의 여론을 묵살 시키고 독선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히데요시는 전쟁광으로 기슈의 철포가문이던 우리 사야가당을 몰살시키기도 했지요. 더욱이 조선을 침략하여 무수히 많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발생 시켰고, 우리는 고요제이천황을 통하여 이에야스에게 분명한 대의명분을 전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충돌할 것입니다.”

이번 전쟁의 원흉인 히데요시는 결국 일본 내의 견제 세력과 일전을 치러야 할 것이며 조선으로 파병한 군사들을 급히 불러 드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겠군요.”

자연 조선과의 전쟁은 마무리 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조선에 평화가 찾아오는 거 아닙니까. 반드시 이번 작전을 성공리에 마무리 지어야 할 겁니다.”

김충선은 전의를 불태우는 조선의 장수들을 마주 보면서 신념으로 가득 찬 목소리를 내었다.

실패 확률은 매우 적습니다. 단지, 본토내의 상황에 따라서 우리들의 생사를 보장 할 수는 없습니다.”

조방장 정대수가 사내답게 소리쳤다.

죽음이 두려웠다면 어찌 장부가 되었겠소이까. 더구나 이번 공격으로 나라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던져야 할 가치가 있지 않습니까. 후회는 없습니다.”

김충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황을 사로잡은 후 즉각 퇴각하여 함선으로 뒤돌아 와야 합니다. 비록 오사카 성은 교토에서 지척 간이긴 하지만 무모할 필요는 없습니다. 잠시라도 주춤 거리게 되면 고립되고 말테니까요.”

동해의 바닷바람을 조선의 함선들이 가슴으로 껴안고 있었다. 파도를 가르는 판옥선의 뱃머리 위에서 이순신과 장수들은 적진에서의 고립을 염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위기는 바로 고립의 그때일 것이다. 그들은 일본으로 돌진하는 조선 함대의 위용을 감격스러워 하면서 이 바다가 고립되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그것은 매우 상반된 마음이었다. 죽기를 각오 하면서 또 살아나기를 맹렬히 희망하는 오늘이었다.

 

26장 왕세자 광해군

 

 

동궁으로 향했다.

선조의 둘째 아들은 과연 어떠할까?

그가 품고 있는 이순신의 장계가 필요하다.

선조와 대립하는 왕세자는 고단할 것이다.

세자는 고립되어 있고 심각한 중증의 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치유(治癒)를 원한다.

김덕령이 충성을 맹세했던 불운한 왕세자.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난 그에게 무엇을 줘야 하나?

그도 강한 조선을 원한다!

 

(사야가 김충선의 난중일기(亂中日記) 1597322일 임자 )

 

 

 

세자 광해군은 감격적인 어조로 그녀 장예지를 맞이했다.

맞군...우린 만난 적이 있었지?”

장예지는 공손히 절을 올린 후, 큰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담고 정면으로 향했다. 광해군은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해 있었다. 왕세자의 화려한 복장속의 그는 어딘가 모르게 그늘이 잔뜩 드리워져 있었다.

...세자 저하, 강녕하셨습니까?”

광해군은 한꺼번에 여러 종류의 의미가 담긴 눈길을 쏟아냈다. 그것은 안타까운 연민(憐憫)과 미안함, 우수(憂愁)와 비애(悲哀) 등 종잡을 수 없는 복합적 감정의 결정체였다.

그래. 어찌 지냈는가? 나의 경솔함이 익호장군을 그리 보내었다. 얼마나 날 원망 하였겠느냐?”

아니옵니다.”

알고 있느니라. 진심으로 사죄하마. 아바마마를 대신하여 너에게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익호장군은 만고의 충신이다. 난 그의 충성심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광해군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하였다. 익호장군 김덕령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임진년에 이어서, 갑오년 전주에 자리 잡은 광해군의 분조(分朝) 무군사(撫軍司) 시절이었다. 당시 혈기가 왕성하던 18살의 세자 광해군은 말을 타고 산과 들판을 질주하는 것이 취미였다. 어느 날인가 세자는 호위무사들과 말을 타고 달리다가 욕심을 내어 속도를 내었다. 호위무사들이 놀라며 추격했지만 세자가 타고 있던 말은 준마에 속했다. 바람처럼 빠른 말을 그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 때문에 광해군은 그만 길을 잃고 낙오(落伍)되고 마는 최악의 불상사가 일어났다. 무군사가 발칵 뒤집어 지고 세자를 찾기 위하여 병력이 총 동원 되었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그때 김덕령 장군이 날 발견해 내었다. 내가 타고 있던 말의 어미 말을 풀어 놓고 그 뒤를 따라 왔었다고 했어! 감격해 하는 내게 그가 말했었다. 이 방법은 내 정혼녀가 알려줬노라고. 바로 그대였었지.”

장예지는 세자 광해군이 지난 이야기를 꺼내자 부끄럽고 무안했다. 어쩌면 그건 자신과 나란히 자리를 하고 있는 사야가 김충선에 대한 부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세자는 장예지를 마치 친 누이처럼 대하였다.

그럴 리가 있는가? 난 지금도 감사하다. 만일 그때 내가 왜적에게 발각 되었다면 어쨌을 것이냐? 참으로 상상만 하여도 끔찍한 일이었다.”

세자 저하와 익호장군의 인연이 있었기에 그리 되신 것이지요.”

왕세자 광해군은 지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아이마냥 즐거워했다.

내 특별히 익호장군에게 명하여 약혼녀이던 그대를 무군사로 청하였었지. 사실 그때 매우 익호장군이 부러웠느니라. 그대와 같은 지혜와 미모를 갖춘 여인을 정혼자로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말이야. 하하하, 그 날 우리는 매우 즐거웠었다. , 또 생각나는군. 그때 그 좌석에서 내가 김덕령에게 익호(翼虎)라는 군호를 내리고 진심으로 내 사람이 되어줄 것을 간청 했었어. 그대도 생각나는가?”

장예지가 어찌 그 일을 잊을 수 있겠는가. 그 날 김덕령은 광해군과의 좌석에서 물러난 후, 날개달린 호랑이 익호! 익호!’를 소리쳐 외치며 장예지의 앞에서 왕세자에 대한 충성을 수도 없이 맹세 했었다.

익호장군이 그 군호를 성심으로 사모했사옵니다. 세자 저하에 대한 지극한 충심으로 기뻐했습니다.”

광해군은 비탄한 심정이 되어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런데, 병신년의 그 사건은 참으로 참담하다. 아바마마의 노여움이 그리 대단할 줄은 몰랐느니라. 익호장군과 그런 인연을 맺지 않았더라면 그대들의 비극도 없었을 거 아니냐?”

장예지는 괴로워하는 세자 광해군을 위로했다.

후회라는 것은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고 하옵니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엇 하겠습니까? 마음을 고정하소서.”

광해군은 안정이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연신 자신의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대며 불만을 표시했다.

아바마마가 무리하셨느니라. 누구보다도 신임하는 나의 장수를 그리 모질게 하시는게 아니었다. 날 견제하기 위해 희생시킨 것이야. 부왕답지 못한 행동이셨다.”

광해군의 행동은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부왕인 선조와의 극심한 갈등으로 인해 약간의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만일 조일전쟁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광해군은 세자로 책봉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쟁은 광해군에게 왕의 기회를 제공한 것인지도 모른다.

돌연 광해군의 싸늘한 눈초리가 사야가 김충선에게 닿았다.

넌 누구냐? 누구 길래 익호장군의 예지 낭자와 가까이 있느냐?”

장예지가 흠칫 놀라며 설명했다.

이분은 소녀의 스승이십니다.”

스승이라고?”

사야가 김충선이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넣었다.

저하! 신은 익호장군 김덕령과 막역한 친구 사이였습니다. 그 친구로부터 세자 저하에 대한 기상(氣像)과 의지(意志)를 전해 듣고 언제나 오매불망(寤寐不忘) 저하를 뵐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나이다. 금일, 그 염원을 이루게 되어 감개가 무량하옵니다.”

광해군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김충선이라 하옵니다.”

장예지가 동궁의 분위기가 경직될까 두려워서 중간에 끼어들었다.

저하, 이 분은 임진, 계사년에 항왜장으로 참여하여 무수히 많은 전공(戰功)을 세웠으며 이미 고인이 되신 익호장군의 막역한 지기이십니다. 근래는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의 막하에서 활동하시고 있는 줄 아룁니다.”

광해군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번뜩였다. 통제사 이순신에 대한 소식은 이미 접하고 있었던 차였다. 게다가 자헌대부 김충선이란 항왜장에 대해서도 소문을 듣고 있었다.

아하! 그대가 바로 그 일본인, 아니 이제는 조선인 그 김충선이란 말인가?”

황공하옵니다.”

세자 광해군은 몸소 자리에서 일어나 김충선과 장예지의 앞으로 성큼 걸어왔다.

그대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구나!”

장예지는 광해군의 적극적인 행보에 당황해 하며 고개를 숙였다. 김충선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세자의 돌발 행동에 주춤거렸다.

세자 저하!”

광해군은 그들의 태도를 아랑곳 하지 않고 바로 코앞에 털썩 주저앉으며 사야가 김충선의 손을 부여잡았다.

내 그대를 만나면 반드시 치하(致賀) 하리라 마음먹었느니라. 분조(分朝) 무군사(撫軍司) 시절, 조정에 매일 보고하던 일지가 있었다. 그 내용에 병기제조(兵器製造) 부분에 있어서 그대의 이름이 명기되는 날이 많았다.”

김충선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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