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후 선출 후 만든 변화

[시사매거진277호] 당명만 빼고 다 바꾸겠다던 송영길 대표가 당선된 후 더불어민주당의 무오류성이 변화를 일으켰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전격 사과, 대표 당선 후 처음으로 열린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담회 자리에서 부동산 재산세, 소형모듈원자력발전소(SMR), 검찰개혁 속도 조절 등 정부 기조와 온도 차가 있는 주장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대선 국면에서 주요 정책을 당이 주도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이 같은 변화 시도는 8개월여 남은 대선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적 궤도 수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친문과 비문의 갈등 속에서 친문이 소속 의원의 절반 이상, 권리당원 상당수를 점하고 있는 당내 역학 구도에서 송 대표가 계속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진_뉴시스)

김어준 포함, 허위로 쓰는 건 엄격한 통제 필요

송 대표는 지난 5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심을 강조하며 당내 강경파들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점으론 무능한 개혁과 내로남불을 꼽았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논리만 취합해서 자기 강화하는 구조가 아니라, 객관적 민심과 다양한 정보를 균형 있게 수렴할 수 있도록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면서 민심이 당내에 반영돼야 자기 교정이 가능해진다라고도 했다.

방송인 김어준 씨 논란에 대해서도 송 대표는 진보든 보수든 사실관계를 허위로 쓰는 것은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보수 언론에도 수많은 편향성과 잘못된 사실이 많기 때문에 균형 있게 같이 봐야 할 문제라는 원론적인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만, ‘김어준 수호를 자처하는 당내 강경파들과는 결이 다르다. 김 씨에 대해 여권에선 김어준을 지키는 건 기득권과 싸우는 동지와의 연대”(김용민 의원)라고 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송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심’을 강조하며 당내 강경파들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점’으론 “무능한 개혁과 내로남불”을 꼽았다.(사진_뉴시스)

탈원전발언...“정부가 탈원전 정책 펼친 것 아냐

송 대표는 지난 514,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 초청간담회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가 탄소중립화를 위해 원전 SMR 분야를 전문 연구하고 있다중국, 러시아가 지배하는 원전 시장에 대해 SMR 분야 등 한·미 간 전략적 협력을 통해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송 대표가 문 대통령 면전에서 언급한 SMR소형 모듈 원자로를 뜻하는 말이다. 송 대표는 20191월에도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주범 석탄화력 줄이고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지지하면서 원자력산업 일자리 유지 조화를 위한 충심의 제안이란 장문의 글에서 SMR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를 뒤흔든 바 있다.

당시 글에서 송 대표는 화력발전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안정적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은 장기간 공존할 수밖에 없다스마트원자로 기술과 핵추진 항공모함, 잠수함, 북극항로 쇄빙 LNG선과 컨테이너 상선에 적용될 청정에너지로서 SMR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충심의 제안에서 송 대표는 산지가 70%인 국토에서 산허리를 깎아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송 대표는 지난달 28일 경상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경북이 원래 원전 산업의 중심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펼친 것이 아닌데 오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문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시대에 맞게 준비해 나가고 있다원전과 재생에너지는 상당 기간 상호 보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이유로 문 대통령을 처음 만날 때 소형 원자로(SMR)와 한미 원전 산업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그것이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원전 해체 시장, 방사성 폐기물 방제 분야의 국내외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이런 부분을 경북이 주도하도록 잘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며 송영길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미국 바이든 정부가 탄소중립화를 위해 원전 SMR 분야를 전문 연구하고 있다”며 “중국, 러시아가 지배하는 원전 시장에 대해 SMR 분야 등 한·미 간 전략적 협력을 통해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사진_뉴시스)

조국 사태 사과...“청년에 좌절과 실망 줬다

송 대표는 지난달 2일 민심경청 결과 보고회에서 조국 사태와 관련해 조국 전 장관의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 입시 관련 문제는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들이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주고 품앗이하듯 스펙 쌓기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고 자성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의 기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 비리와 검찰 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 권유...“내로남불·부동산 불신 해소 위해 불가피

송 대표는 지난달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한 것과 관련해 지금까지 민주당이 보였던 내로남불과 부동산 문제 불신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우리 스스로 집권당의 외피를 벗고 국민과 동일한 입장에서 수사기관에 소명자료를 제출해 의혹을 해명하고 돌아와주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해명과 소명의 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신뢰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다시 한번 마음이 아프지만 민주당이 새롭게 변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결단이었단 말씀을 드린다고 부연했다.

 

반대에도 밀어붙인 종부세·양도세 완화안

민주당이 지난 618일 당론으로 정한 종부세·양도세 완화안은 송 대표와 부동산 특위 위원장인 김진표 의원이 주도했다. 당초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와 반대라는 이유로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받으며 좌초할 것으로 전망됐다. 청와대와 정부가 종부세 완화에 반대 의견을 표하고 당내 강경파 의원들도 집단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시민단체들도 종부세 현행 유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의원 과반이 넘는 표결로 당론으로 채택되면서 송영길표리더십이 면을 차리게 됐다. 송 대표는 취임 직후 부동산 정책 전면 재검토를 내걸며 당대표 직속 기구인 부동산특위를 앞세워 전향적인 부동산 정책 변화를 추진했다. 전임 위원장이었던 친문(親文)계 진선미 의원을 빼고 당내 대표적인 규제 완화론자인 김진표 의원을 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도 정책 기조를 흔들 수 없다고 하면서 결국 용두사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컸다. 당 지도부인 강병원 최고위원은 송 대표 면전에서 부동산 세제 완화에 대해 진단도 처방도 엉터리라고 비판했고, 더좋은미래·민주주의4.0·민평련 등 당내 의원 모임에서 공식 반대 입장을 냈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에선 특위안을 의원총회에서 표결에 부칠 경우 부결될 가능성이 클 것을 봤다. 송 대표는 지도부 회의에서 제일 나쁜 선택은 결정을 빨리 내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부결 가능성이 크더라도 표결을 통해 결단을 내리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표는 의총을 앞두고 반대파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설득했다고 한다.

 

뚝심으로 해결한 경선 난제

송 대표는 지난달 25일 당내 최대 현안이던 경선연기론에 결국 자신의 소신대로 뚝심 있게 불가안을 관철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를 마친 후 민주당 지도부는 현행 당헌·당규 원칙에 따라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현행 기준대로 대선 180일 전후보 선출을 마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신임받도록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 충정 어린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여러 가지 이견이 있었지만 우리 지도부가 하나로 가야 한다는 합의로 이견이 있는 최고위원께서도 양해해주시고 같이 힘을 하나로 모아서 이렇게 결정했다고 다시 한 번 원팀(One-Team)을 강조했다.

지난달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론 도출을 시도했지만 연기론 측과 원칙론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도출 시점이 미뤄졌고 지난달 22일 경선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가 열렸고, 3시간여의 격론 속 당심을 읽은 뒤 이날로 최종 결정을 또다시 미뤘다. 하지만 송 대표가 당내 의견은 물론 민심, 상임고문단, 원외 의견 등까지 청취한 내용을 전달하자 33으로 팽팽하던 최고위원들도 표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을 꺾고 결정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후 경북 구미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2021 더불어민주당 경상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경북이 원래 원전 산업의 중심”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펼친 것이 아닌데 오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사진_뉴시스)

당명만 빼고 다 바꾸겠다던 송 대표가 당선된 후 민주당의 무오류성이 변화를 일으켰다. 물론 이 같은 변화 시도는 8개월여 남은 대선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적 궤도 수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친문과 비문의 갈등 속에서 친문이 소속 의원의 절반 이상, 권리당원 상당수를 점하고 있는 당내 역학 구도에서 송 대표가 계속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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