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빗썸·고팍스 등 암호화폐거래소 4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실사
은행권 4대 암호화폐거래소 대상으로 ‘실명계좌 발급’ 판단하기 위한 검증 실시

[시사매거진277호]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하 특금법)으로 지난 325일부터 가상화폐 특금법이 시행되었다. 암호화폐거래소는 정보보호 관리체계를 인증 받아야 하고,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는 것이 필수 요건이 되었다. 암호화폐거래소는 코인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 자산의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자들 역시 안전한 사이트에서의 거래를 선호하게 되면서, 이를 두고 암호화폐 시장이 떠들썩하다.

(사진_뉴시스)

당국이 직접 검증잡코인 정리속도낸다

국내 거래량 1위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가 페이코인, 마로 등 5개 코인을 원화 마켓에서 제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에 이어 금융감독원이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폐지 코인 리스트와 투자 유의 종목 지정 코인 목록을 제출하라고 한 것은 업비트 쇼크때문으로 풀이된다. 업비트는 지난 11일 오후 기습적으로 25개 코인에 대해서는 투자유의 종목 지정, 5개는 원화 거래 지원 중단 예정 공지를 냈다. 이후 시장이 대혼란에 빠지고 투자자들의 불만도 폭주했다.

이에 따라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이른바 잡코인구조조정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이 거래소들과의 비공개 간담회 개최나 실사 계획을 밝힌 적은 있지만, 거래소들에 직접 리스트를 요구한 것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사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 주무 부서로 시장에 대한 동향을 확인하는 차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살생부를 달라는 것 아니나라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애초 금융 당국은 거래소의 상장 코인에 관해서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평가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암호화폐거래소를 비롯한 가상 자선 사업자는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를 받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은행연합회는 각 은행에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처럼 은행에 거래소 검증을 맡기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는 것처럼 보이던 금융 당국이 각 거래소에 상장폐지 종목과 유의 종목 리스트를 요구한 것은 실제로 상장 코인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주부터 시작될 예정인 암호화폐거래소 실사 시기와 맞물려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당국은 610일 암호화폐거래소 33곳과 간담회를 열고, 신고 수리를 돕기 위한 컨설팅을 이번 주부터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금융 당국이 거래소 현장을 방문해 실사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명목은 신고 수리 지원을 위한 컨설팅이지만 사실상 옥석 가리기를 위해 금융 당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주부터 금융 당국이 실사와 함께 거래소를 압박하면 빗썸·코인원·코빗을 비롯한 주요 거래소에서 업비트와 마찬가지로 대규모로 알트코인을 정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문제는 코인 평가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거래소가 금융 당국의 압박에 대규모로 코인을 상장 폐지하면 11일 업비트 사태에서 보듯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실제 업비트는 프로젝트와 사전에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코인을 상장폐지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갑자기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투자자들도 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피해를 입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번에 목록을 요구한 것은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련 법안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거래소에 특정 코인에 대해 상장 폐지하라고 요구할 권한은 없다라고 말했다.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수십 개 거래소 대부분은 여전히 검증해줄 은행조차 찾지 못한 상태로, ‘무더기 폐쇄’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6월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은 현재 실명계좌 제휴 관계인 각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대해 ‘가상 자선 사업자(암호화폐거래소) 자금세탁 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금융 당국, 빗썸·고팍스 등 거래소 4곳 실사 착수

금융 당국이 빗썸·고팍스 등 암호화폐거래소 4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실사에 들어갔다.

61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관계 부처들로 구성된 실사단이 빗썸·코인원·고팍스·지닥 등 주요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실사에 들어갔다. 실사 기간은 1주일이다.

실사단은 컨설팅 신청을 받은 거래소 중에서 임의로 대상을 선정한 후 실사에 나섰다. 첫 실사 대상으론 4대 거래소에서 2(빗썸, 코인원), 중소형 거래소에서 2(고팍스, 지닥)이 선정됐다. 지난 11일 기습적인 상장폐지 통보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업비트는 당국과 실사 일정을 협의 중이다.

앞서 금융 당국은 지난 10일 암호화폐거래소 33곳과 간담회를 열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상 자선 사업자 신고 수리를 돕기 위한 컨설팅을 이번 주부터 진행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거래대금 1위의 업비트조차 투자자와 재단의 반발을 무릅쓰고 불과 1주일 사이 약 30개의 코인을 무더기로 상장 폐지하거나 원화 마켓에서 제거한 ‘사건’도 사실 검증과 관련된 절박함이 드러난 사례다. 은행의 실명계좌 검증 과정이나 특금법 신고 과정에서 이른바 잡코인이 많을수록 ‘안정성’ 측면에서 감점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사진_뉴시스)

은행권, 4대 암호화폐거래소 실명계좌 심사 착수

은행권이 4대 암호화폐거래소를 대상으로 실명계좌를 내줘도 좋을지판단하기 위한 검증에 들어갔다.

자금세탁 사고 등의 위험과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 당국의 모호한 태도 탓에 지금까지 몸을 사리고 눈치를 보던 은행이 마침내 암호화폐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평가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4대 거래소의 실명계좌 재계약 기대는 커졌지만, 여전히 신중한 은행권의 태도로 미뤄 아직 ‘4대 거래소 전원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수십 개 거래소 대부분은 여전히 검증해줄 은행조차 찾지 못한 상태로, ‘무더기 폐쇄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6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은 현재 실명계좌 제휴 관계인 각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대해 가상 자선 사업자(암호화폐거래소) 자금세탁 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부터 업비트와 평가 준비를 시작해 최근 본격적으로 서면 중심의 심사에 들어갔고, 신한은행도 이달 초부터 코빗을 서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은행도 빗썸과 코인원으로부터 각각 지난 617, 지난달 말 평가를 위한 자료를 넘겨받아 막 서면 평가를 시작했다.

앞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이 마련한 위험평가 방안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현재 필수 요건 점검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단계에서 은행은 해당 거래소의 ISMS(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여부, 금융 관련 법률 위반 여부, 고객별 거래명세 구분·관리 여부 등 법적 요건이나 부도·회생·영업정지 이력, 거래소 대표자·임직원의 횡령·사기 연루 이력, 외부 해킹 발생 이력 등 사업 연속성 관련 기타요건을 문서나 실사 등의 방법으로 들여다본다.

서면 평가 등을 통해 필수 요건 점검이 마무리되면,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정량 평가) 자금세탁 위험과 내부통제 적정성 등을 평가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서면으로 먼저 예비평가를 하고 나면 실사를 포함한 본 평가를 하고, 재계약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라며 두 거래소의 평가는 동시에 시작해 동시에 끝내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거래소(가상 자산사업자)들은 924일까지 실명계좌 등 전제 조건을 갖춰 특금법 신고를 마치지 않으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

현재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 영업 중인 4대 암호화폐거래소 역시 은행의 이번 검증을 통과해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하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일단 평가가 시작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4대 거래소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래대금 1위의 업비트조차 투자자와 재단의 반발을 무릅쓰고 불과 1주일 사이 약 30개의 코인을 무더기로 상장 폐지하거나 원화 마켓에서 제거한 사건도 사실 검증과 관련된 절박함이 드러난 사례다. 은행의 실명계좌 검증 과정이나 특금법 신고 과정에서 이른바 잡코인이 많을수록 안정성측면에서 감점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빗썸의 경우 최근 실질적 소유자가 사기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지는 등 지배 구조상 불안 요소도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대주주 사기 혐의 검찰 송치 사실이 가상 자선 사업자 제휴 거절 요건은 아니나, 위험 평가상 감점 요인이 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거래소 심사를 진행 중인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최소한 기존 실명계좌 제휴 거래소는 은행들이 살리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있는 것 같다라며 하지만 특금법 기준에 맞추자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거래소에 계속 보완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한까지 제대로 충족할 수 있을지는 지금 단언하기 어렵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나마 은행 평가라도 받는 4대 거래소는 사정이 매우 좋은 편이다.

나머지 거래소 대부분은 실명계좌 발급을 상담하고 평가를 받을 은행조차 구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3일 금융 당국과 20개 거래소의 첫 간담회에서도 거래소들은 하나같이 실명계좌 발급을 신청하려고 해도 은행들이 잘 만나주지도 않는다라며 금융위원회에서 좀 (은행들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말 좀 해달라고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20곳이 ISMS 인증을 받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거래소인데도 이런 상황이니 나머지 군소 거래소의 경우 사실상 은행 검증과 실명계좌 발급은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은행권과 업계의 시각이다. 10위권의 한 거래소 관계자는 시중은행, 지방은행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라며 “(은행) 내부 기준을 통과해도, 은행이 시장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해 꺼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주요 시중은행은 (암호화폐거래소 제휴를) 안 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해 계약이 어렵고, 소수 지방은행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접촉하는 곳 중 주요 은행은 없고 지방은행 56곳과 연락 중이라고 말했다.

KB·하나·우리금융지주 등은 자금세탁 사고 연루 위험 등을 이유로 가상화폐 거래소 검증 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사실상 내부 방침을 정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거래소들의 요구대로) 당국이 은행에 특정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권유하는 것은 오히려 은행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행위일 수 있다"라며 "형평성 문제도 있고, 법적으로도 은행 판단에 개입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6월 23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유예 기간 종료를 앞두고 거래소들의 대대적인 ‘잡코인’ 정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상장폐지와 같이 거래 정지되는 부분까지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사진_뉴시스)

임정빈 기자 114hel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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