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라오스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25일 송도 LNG 야구장에서 오전에 훈련을 끝내고 점심을 먹은 뒤 경기고등학교 팀과의 경기가 두시간 정도 남아 운동장에서 휴식을 하는 줄 알았던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두 명씩 운동장에 나오더니 어느새 모든 선수들이 다 운동장에 나와 개별적으로 운동하였다. 

내야수와 외야수로 나누어서 자기들끼리 연습을 하더니 나중에는 투수들도 주전포수가 아닌 야수들과 같이 피칭 연습하는 것이다.

이런 광경은 솔직히 야구를 하고 처음 보는 광경이라 나 스스로도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단 한명도 쉬지 않고 내야 땅볼을 1루수가 굴리면 잡아서 1루로 송구하거나 아니면 더블 플레이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런 광경을 53년 야구를 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일이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현민 감독에게 “선수들이 이렇게 각 포지션에 들어가 연습하도록 지시했는냐?“ 물어 보았더니 “그런적 없고 선수들 스스로 연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민 감독도 이런 광경을 보고 많이 놀라고 있다. 다시 한 번 김현민 감독한테 솔직하게 이야기 하라고 했더니 “자기들끼리 스스로 연습하고 있다“고 한결같이 대답했다.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라오스 야구 국가대표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라오스 야구 국가대표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라오스 야구가 10년 만에 이렇게 놀랍도록 변했단 말인가?

오늘 선수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제는 이전처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생각을 갖게 되었다. 김현민 감독도 너무 신기해서 계속 선수들만 지켜보고 있다. 이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내가 야구를 재미있게 했던 적이 과연 언제였던가?

운동장 전체를 사용하면서 한쪽에서는 피칭하는 선수가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그라운드 볼 잡는 연습을 하고 자기들끼리 연습을 하니 힘들어 하지도 않고 서로 웃으면서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연습하다가 실수하면 누가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본인이 어떻게 해서 실수를 했는지 스스로 깨닫고 몇 번이고 왜 실수를 했는지 흉내를 내는 것이다. 이런 광경을 보고 내가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습하다가 잘 잡거나 잘 던지면 스스로 흐뭇해하는 모습이 꼭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선수들 스스로 이렇게 재미있어 하면서 연습하는 광경은 솔직히 야구하고 처음보는 것 같다. 그리고 이 팀의 조 라는 선수가 있는데 내야수와 외야수들에게 펑고를 직접 쳐주면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내년이나 후년에 조 선수를 팀의 코치로 발탁하려고 한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재미있고 즐겁게 운동했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고 즐겁게 찐봉(야구) 놀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힘든 줄도 모르고 하루 종일 학교에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라오스 국가대표 김현민 감독이 선수들에게 펑고 칠 때 선수들이 옆에서 지켜보았는데 오늘은 특별히 김현민 감독이 선수들 스스로 재미있게 운동하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야구의 재미를 알아버린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정말 감격스럽고 뿌듯하다. 앞으로도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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