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조 선수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조 선수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라오스 선수들과 함께 했던 지난 20일 동안 한국과 라오스 다시 태국으로 젊은 선수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나도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데 젊은 선수들도 많이 피곤하고 지쳤을 것이다. 다행히 선수들이 어려서 그런지 피곤하다는 이야기 없이 그 힘든 스케줄과 경기를 다 소화했다. 

28일부터 열리는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 불참한다고 오래전에 통보한 상태였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정부에서 특별히 라오스 야구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해 모든 스케줄을 다 짜 놓았는데 중간에 태국으로 경기하러 간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에 불참한다고 통보했다.

이렇게 강력하게 거절했는데 BFA 측에서 이번에는 라오스 팀이 꼭 참석을 해야 다음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다며 강하게 통보가 왔다.

거기에 라오스를 위해 한 게임을 뒤로 미루어 주었다. BFA 측에서 편의를 최대한 봐주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많이 지치고 힘든 스케줄 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하기로 했다.

이번에 모든 대회를 다 끝내고 스텝진들끼리 모여 지난 일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이번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큰 실수할 뻔했다. 물론 빡빡한 스케줄로 인해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지만 정말 잘 참석했다는 것이 스텝진들의 일괄적인 이야기였다. 물론 라오스부터 시작해 한국 다시 라오스 그리고 또다시 태국으로 짜여진 스케줄은 철인이 아니면 좀처럼 견디기 힘든 스케줄이다. 

이런 무모한 스케줄에도 젊은 선수들과 스텝진들이 지치지 않고 이번 대회를 잘 끝낼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큰 은혜였다.

거기 다가 이런 큰 대회에서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2승 2패 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고 놀라운 일이다. 5월 3일 모든 경기를 다 끝내고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스텝진들과 선수들하고 고기파티를 했다. 선수들과 함께 맛나게 저녁을 먹고 신나게 놀고 있는데 이준영 감독이 나에게 와서는 놀라운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감독님 라오스 국가대표 팀의 주장인 조 가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서 방어율 1위 했습니다. 방금 BFA 사무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라는 것이다.

모두가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야구한지 몇 년 되지도 않았고 또 팀이 5위인데 어떻게 방어율 1위 할 수 있느냐?'며 선수들이 믿지 않는다.

BFA 사무국에서 라오스 조 투수가 방어율 0 이라며 당당하게 이번 대회에서 가장 잘 던진 투수다. 조 투수가 캄보디아 팀과의 경기에서 7회까지 점수를 하나도 주지 않아서 방어율 1위 했다며 통보가 왔다. 파티하는 자리에서 다시 한번 팀의 주장인 조를 위해 모두가 축하해 주었다.

조 선수가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서 방어율 1위 했다고 하니 갑자기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다. 라오스에 야구 전파한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지난 10년 만에 이런 큰 대회에서 조 선수가 당당하게 방어율 1위 했다는 것이 솔직히 믿어지지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할 뿐이다.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조 선수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조 선수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처음 라오스로 야구 보급하러 갈 때만 해도 주위 사람들이 미쳤다고 이야기했다. 동남아에서는 야구 보급할 수 없고 불가능하다고 했던 시절이 어느덧 10년이 되어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을 이끌고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도 출전하고 또 이 대회에 조 선수가 방어율 1위를 차지 했다니 누가 믿겠는가? 조 선수는 포수도 했다가 팀이 어려우면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가 씩씩하게 던지는 만능 야구 선수다.

조 선수를 보면 꼭 옛날 나의 중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나도 중학교부터 야구를 시작할 때 맨처음 게임에 나갔던 자리가 라이트 필드였다. 라이트 필드 자리는 학년 중에서 가장 야구를 못하는 선수가 서 있는 위치였다. 결국 야구를 못해 한해 유급하고 중학교 3학년부터 정식 포수를 시작하게 되었다. 강한 어깨 때문에 그당시 감독님은 나를 자주 투수로 마운드에 세웠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 중학교 3학년 시절 문교부장관기 전국대회에서 내가 포수와 투수를 번갈아 가면서 우승과 함께 전국대회 최우수 투수상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조 도 나와 똑 같은 상황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2일 저녁에 선수들과 일대일 면담을 하면서 조 와 이야기 나누었다. "앞으로의 꿈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훌륭한 포수가 되고 싶고 또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선수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10년 만에 이런 대단한 상을 받게 된다는 것은 개인의 영광이자 라오스 야구의 영광이다. 앞으로 조 선수가 어제 했던 이야기처럼 훌륭한 포수가 되고 좋은 지도자가 되길 응원한다.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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