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김길수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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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301호] 올해 시행되는 대학수학능혁시험일이 11월 16일로 결정되었다. 뉴스마다 올해 수능 출제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도 그럴것이 갑작스레 발표된 교육부의 킬러문항 배제 관련 정책이 과연 수능을 얼마남겨 놓지 않은 고3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 학교는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보지 않아도 훤하다.

12년 동안 수능만 바라보고 공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하루아침에 발표된 정부의 사교육 완화 정책은 고3과 교육현장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수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를 들은 고3학생과 학부모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수능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지 않을까.

국영수를 중심으로 예습복습을 철저히 해야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말과 같이 들리지 않을까.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그 말을 믿고 공부하면 결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는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정부당국과 교육부가 사교육을 잡기 위한 정책으로 ‘킬러문항을 배제’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나도 찬성한다.

하지만 뿌리깊은 ‘사교육 논란’이 단지 킬러문항 배제만으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교육을 위시한 교육개혁을 원한다면 이렇게 학생과 학부모가 불안해하는 입시문항부터 손 댈 것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호다.

당장 수능의 킬러문항 배제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교육개혁 때문에 변별력을 잃은 중상위권 고3 학생들은 더 학원가로 몰리고 있다.

정부가 경제를 위한 교육개혁을 논의하고 있다면 사교육 철폐와 동시에 우리 사회의 입시와 취업 등의 고질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수능에 혼란스러워할 고3 학생들과 그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제대로 발걸음소리도 내지 않고 다녔을 학부모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수능 하나만 바라보며 수 년을 공부해 왔을 그들을 어떻게 다독일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그들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다면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과 설득력 있는 방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고3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교육개혁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정부의 지시가 아니라 시장의 흐름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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