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 1 - 모차르트 오페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7월 15일)
김준형의 ‘클래식이 자라는 담벼락’ vol.10

2023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 1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제공=아트센터인천, ⓒ황필주)
2023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 1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제공=아트센터인천, ⓒ황필주)

아트센터인천은 국제도시 송도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준 높은 무대를 개관 이래 지속적으로 제작해 오고 있다. 특히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는 무대를 120% 활용하여 충분한 연극적 효과를 거두었고 동시에 작품에 적합한 최고의 가수진과 지휘자를 선정하여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2021년의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에 이어 올해 <돈 조반니>를 선보였다. 본 작품은 가벼운 오페라 부파적 요소를 지니지만 동시에 부도덕한 인물에 대한 응징 그리고 사회 계층간 갈등과 조롱 등이 담겨있는 심각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드라마 지오코소’라 칭한다. 당시 널리 알려진 호색한의 이야기에 기초하여 또 하나의 천재인 다 폰테가 대본을 썼다.

독일의 문호 호프만은 ‘오페라 중의 오페라’라고 찬사를 보냈는데, 모차르트의 최고 걸작으로 불린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이기도 하여, 최근 더욱 다양한 설정의 연출이 시도되고 있다. 이처럼 폭넓은 해석을 담을 수 있는 거대한 작품이다.

2023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 1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제공=아트센터인천, ⓒ황필주)
2023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 1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제공=아트센터인천, ⓒ황필주)

이번 무대는 원작의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청중의 즉각적이고 흥겨운 반응을 자아내는 친숙함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세계적인 수준의 가수를 기용하여 높은 예술성을 확보하였다.

타이틀 롤로 출연한 바리톤 강형규는 다른 캐릭터 사이에서 빛나는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대 전체를 압도하며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노래와 연기를 조절하며 카사노바로서의 매력을 발산했다.

유럽 각지의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활약한 그는 베르디 가수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빈에서 다년간 수학하며 모차르트 음악의 본질에 대해 깊이 탐구했다. 그의 모차르트 가수로서의 면모를 먼저 발견한 곳은 일본이었다.

2017년 후지와라 오페라단의 초청으로 테너로 더욱 유명한 거장 쥬제페 사바티니의 지휘 아래 롤 데뷔를 하였다. 그곳에서 본고장의 스태프와 일하면서 돈 조반니의 세밀한 연기 하나하나를 배울 수 있었다.

2023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 1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사진제공=아트센터인천, ⓒ황필주)
2023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 1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사진제공=아트센터인천, ⓒ황필주)

돈 조반니의 아리아는 <샴페인의 노래>와 <돈 조반니의 세레나데> 정도인데, 짧은 시간에 강한 임팩트를 전달해야 해서 연기의 비중이 작지 않다. 그는 ‘손에 손잡고’와 같은 중창과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레치타티보에서 활달하면서도 능청스러운 대목을 잘 살렸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력하고 노련한 연기력이 돋보였다.

돈 조반니의 영원한 동반자 레포렐로는 독일 뉘른베르크와 바이마르 국립극장의 주역 가수였던 베이스 김대영이 출연했다. 그는 존재 자체가 주는 카리스마와 팔색조와 같은 폭넓은 연기로 남다른 주목을 받아왔다.

몸을 사리지 않고서 때로는 반쯤 모자란 듯 때로는 너무나 영악하게 캐릭터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연기뿐 아니라 빼어난 성악적 역량이 빛났는데 특히 저 유명한 ‘마님, 이것이 여인의 명부입죠’로 시작하는 <카탈로그의 노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맛이 기가 막혔다.

이태리의 명가수 페루치오 푸를라네토의 연주에 비견할 만했다. 아니 저변에 흐르는 조롱하는 듯한 강력한 표현은 그 이상이었다. 그 또한 많은 중창과 성격적 대결 장면을 소화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2010년 뉘른베르크 국립극장에서 롤 데뷔를 하고, 그 이후 풍부한 경험을 쌓았기에 누구보다 준비된 가수였다.

다만 연극적인 균형이 다소간 기우는 부분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돈 조반니와 앙상블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바리톤과 베이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성악적 조화도 훌륭했고, 두 가수 색채의 어우러짐과 호흡이 좋았다.

2023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 1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사진제공=아트센터인천, ⓒ황필주)
2023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 1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사진제공=아트센터인천, ⓒ황필주)

이글거리는 복수심으로 불타는 돈나 안나는 소프라노 황수미가 아름다우면서도 강력하게 들려주었다. 그녀의 존재는 바로 이곳이 세계 정상의 무대라는 훌륭한 증거였다. 기술적인 면에서 까다로운 고음부를 능란하면서도 강렬하게 연주하여 객석을 압도하였다.

그녀를 곁에서 따뜻하게 보듬는 부드러운 남자, 돈 오타비오는 테너 김효종이 열연했다. 활발한 유럽 활동 중에도 우리 무대에서 자주 연주하는 서정성이 남다른 미성의 리리코 테너다. 그 어느 배역보다 그의 특징에 들어맞는 배역이라 기대 이상의 우아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다만 그 앞에 놓인 두 곡의 아리아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 부분이 아쉽다.

돈 조반니에게 허망하게 살해당하는 기사장으로 캄머쟁어 베이스 전승현이 출연했다. 비중은 높지 않지만 극적인 임팩트는 어느 주역 못지않았다. 무대와 객석을 모두 압도하기란 쉽지 않은데 남다른 폭발적인 성량과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고급스러운 질감으로 청중의 뇌리에 깊게 남을 연주를 들려주었다.

2023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 1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사진제공=아트센터인천, ⓒ황필주)
2023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 1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사진제공=아트센터인천, ⓒ황필주)

연주를 이끈 지휘자 홍석원은 과감한 템포와 다이내믹으로 경쾌한 음악을 이끌어 내었다. 경기 필하모닉은 마시모 자네티와 서울시 오페라단과 함께한 경험이 있어 무난한 연주를 하였으나, 부분적으로 기능적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번 무대는 작품에 담긴 예술성을 잘 소화해서 청중의 감동으로 승화한 참신한 기획의 승리다. 아트센터인천이 앞으로도 더욱 수준 높은 오페라 무대를 제작하길 기대해 본다.

음악 칼럼니스트 김준형

예술의전당 월간지 <Beautiful Life>에서 ‘SAC’s choice’ 코너를 3년간 연재했으며, 객석, 피아노 음악, 스트라드, 스트링 앤 보우, 월간 오디오 등 음악 관련 매체들에 오랫동안 칼럼을 기고해 오고 있다.

2023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 1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포스터_아트센터인천)
2023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 1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제공=아트센터인천, ⓒ황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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