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김길수 발행인
시사매거진 김길수 발행인

[시사매거진302호] 바야흐로 휴가시즌이다. 8월이 되면 어김없이 빈부의 차이가 더 느껴지기도 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원이 얼마 전 이런 말을 했다. “이번 휴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 친구들은 다 해외로 휴가를 가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여름방학 어디 다녀왔는지 학습노트에 써서 발표하기도 하는데…” 이런 푸념을 듣고 있으니, 휴가비를 더 주지 못하고 휴가를 조금 더 길게 주지 못하는 내가 괜히 미안해진다.

언제부터인가 휴가를 해외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다. SNS가 활성화되면서 휴가를 진정한 ‘쉼’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휴가를 애써 즐기는 사람이 더 많은 듯하다. 심지어 해외로 휴가를 가보지 않은 초등학생도 거의 없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하면 너무 꼰대 같나.

나는 한 달에 한 두 번은 꼭 대형서점에 간다.

아직도 좋은 콘텐츠와 멋진 표지의 책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 구석구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면 기특한 마음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8%로 약 2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9년에 비해 8%p 줄어든 수치다.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량은 5권, 2019년 8권에서 무려 3권이나 줄어들었다.

1년에 5권, 두 달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성인들이다.
‘종이가 주는 즐거움’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대의 문장가인 소설가 이태준의 ‘책’이라을 보면, “책은 읽는 것인가? 보는 것인가? 어루만지는 것인가? 다 되는 것이 책이다. 책이 읽기만 하는 것이라면 그건 책에 대한 너무 가혹하고 원시적인 평가다. 책은 한껏 아름다워라. 그대는 인공으로 된 모든 문화물 가운데 꽃이요, 천사요, 영웅이기 때문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80년 전의 글이지만 너무나 공감이 된다.


디지털시대 종이책과 잡지는 올드미디어임은 분명하다. 종이책 대신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으로 책을 즐기는 청년층은 늘었다고 한다. 나는 잡지를 만들고 종이를 선호하지만, 그래도 전자기기를 이용해서 책을 본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책은 내일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든든한 보험이다. 책을 숙제처럼 읽지 말자.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는 책을 읽는 것도 숙제처럼 생각한다.

책 속에 담긴 양식을 느긋하게 섭취해야 한다. 그래야 내 삶의 자양분이 된다.

독서실태 조사에 의하면, 책을 못 읽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일 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휴가는, 국내로 가든 해외로 가든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가보자.

평소에 독서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휴가지에 책을 가져갈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 사람이라면 일 년 중 책을 제대로 읽을 기회가 사실상 휴가 때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과 함께 마음을 다스리며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되새기고, 나아가 앞으로의 인생에 등대가 되어줄 메시지를 만난다면 어느 때보다 값진 휴가가 되지 않을까.
휴가지에서 읽은 책 한 권이 내 삶을 얼마나 바꿀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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