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라는 최대 무기 장착, 이제는 날개 달아도 부끄럽지 않아
뮤지컬 배우 백승렬, 이 남자의 살아가는 이야기

[시사매거진 303호] 방송 최초 뮤지컬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인 MBC ‘캐스팅콜’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당당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레트 버틀러로 등극한 백승렬. 중앙대 성악과에 진학한 것도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서였던 그는 오랫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심사위원, 온라인 사전투표 등 전방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단번에 눈에 띈 스타가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하고 절실함이 있는 배우였기에 그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

뮤지컬 배우 10년차 백승렬 배우는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뮤지컬 배우 10년차 백승렬 배우는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백승렬은 그렇게 스타가 되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캐스팅콜’은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묻혔다. 더불어 우승한 백승렬의 이름도 바라과 함께 사라졌다. 기운이 빠질 법도 한데,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자신은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사라지는 배우가 아니라 아주 늙어서까지 노래와 연기를 할 배우라서 괜찮다고 했다.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는 그렇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10년차 뮤지컬 배우의 내공이 느껴졌다.

“오페라를 하고 싶어 성악을 전공하고 발성 연습을 많이 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꾸준히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다 보니 이제야 연기와 노래가 뭔지 조금은 알 거 같아요.”

중저음이 매력적인 배우 백승렬.

뮤지컬을 너무 사랑해서 택했고, 관객들에게 더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배우.

그동안 수많은 역할에 빠졌더니, 이제는 팬들도 꽤 많다.

그저 감사함의 연속이라고 했다.

그는 뮤직드라마 <그리고 봄>, JTBC기획제작 프로그램 <팬텀싱어2> 출연, MBC 오디션프로그램 <캐스팅콜> 우승뿐 아니라 수많은 수상경력을 갖고 있으며, 디지털싱글 <서시> 발매부터 광고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그의 활동 대부분은 단연 뮤지컬이다. 구미호 이야기, 화랑, 애드거 앨런 포, 기억전달자, 장기려 그사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YOU&IT, 상하이 1932~34, 도산 등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했다.

수상경력도 눈여겨 볼 만하다. 대구MBC 김광석 나의 노래다시부르기우수상, 2012년 제6회 신영옥콩쿠르입상, 2012년 제44회 음악교육 신문사 콩쿠르 3위 입상, 2012년 제1회 영아티스트 콩쿨1위 입상, 2013년 제 45회 난파전국음악 콩쿠르 3위 입상, 2022년 President's Volunteer Service Award 금상 수상(미국대통령상) 등 국내외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하다. 결코 한 분야만 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음악이 있는 곳이라면, 연기를 하는 곳이라면 두루 섭렵한 그다.

한 번 시작하면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성격이라 작품을 할 때마다 몰입도도 대단했다.

“대다수의 배우가 그렇겠지만 한 번 작품을 시작하면 그 사람이 되어 인생을 살아요. 얼마 전 LA 공연에서 도산 안창호 역할을 했는데, 미국에서의 공연은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제가 정말 위인이 된 듯한 호응을 해주셔서 오리려 제가 감동을 받고 돌아왔어요.”

비극적인 역할이 어울리는 음색과 슬픈 눈을 가진 배우이기에 미국에서 만난 도산 안창호에

더 열광하지 않았나 싶다.

그의 연기를 보면 10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뮤지컬 배우로서 ‘물이 올랐다’. 탄탄한 기본기에 심금을 울리는 진솔한 연기, 특히 감정표현의 파이가 넓어 그 어떤 역할도 소화해 낸다.

이것이 배우 백승렬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그동안 뮤지컬에 치중하다 보니, 아직 백승렬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와는 달리 일반 대중들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자신을 더 많이 알리고 보여주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아무리 멋진 상품이나 브랜드라도 인지도가 없으면 안 되는 시대다. 다행히 백승렬은 대중가요도 좋아하고 연기하는 것에도 아주 관심이 많다. 이미 무대에서의 실력은 검증이 되었으니, 부끄럽지 않게 대중적으로 ‘백승렬 배우’를 내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창작극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라이선스 뮤지컬과 달리 소극장에서 오롯이 자신을 다 보여주는 창작극은 스스로 대본공부와 연구을 많이 해야 해요.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 가는 경우도 많고 디테일한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때도 많아요. 그런 데에서 성취감도 느껴지고 고객과의 교감도 많았던 것 같아요.”

최근 대구에서 공연했던 창작 뮤지컬 ‘유앤잇(You&It)’도 그런 애착이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최근 대구에서 공연했던 창작 뮤지컬 ‘유앤잇(You&It)’에서 열연하고 있다.(사진_이지뮤지컬컴퍼니)
최근 대구에서 공연했던 창작 뮤지컬 ‘유앤잇(You&It)’에서 열연하고 있다.(사진_이지뮤지컬컴퍼니)

세상을 떠난 아내를 AI로 되살린 남편 규진과 복제돼 돌아온 아내 미나가 보여주는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인 이 작품은 2명의 주인공이 2시간 동안 작품 전체를 이끌어 간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주인공만 두 번째다.

오는 9월 22일부터 12월 31일까지 더굿씨어터에서 공연하는 ‘WE WILL ROCK YOU’에서도 백승렬 배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오는 9월 22일부터 12월 31일까지 더굿씨어터에서 공연하는 ‘WE WILL ROCK YOU’에 출연하는 백승렬 배우.(사진_
오는 9월 22일부터 12월 31일까지 더굿씨어터에서 공연하는 ‘WE WILL ROCK YOU’에 출연하는 백승렬 배우.(사진_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는 승승장구 날개를 단다. 하지만 그는 오디션에서 극찬을 받고 우승을 했지만 이후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장르가 ‘뮤지컬’이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한국 뮤지컬이 지난 10여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국민적으로 대중화되지는 못했기에 우리는 뮤지컬 배우 중 몇몇만을 기억할 뿐이다.

“그래도 저는 뮤지컬을 사랑해요. 뮤지컬을 다 알고 볼 필요는 없어요. 그냥 대중문화를 접하듯 그렇게 즐기세요.”

그는 뮤지컬도 그냥 취향대로 골라보면 된다고 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든 창작 뮤지컬이든 그냥 보고싶은 것을 즐기기 시작하면 어느새 뮤지컬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백승렬 배우는 그렇게 10년을 뮤지컬 배우로 살아왔다. 하면 할수록 뮤지컬과의 더 깊은 사랑에 빠져든다는 그다.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또렷한 딕션, 슬픔을 간직한 듯한 눈동자… 작게 말해도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이 실려 더 크게 들리는 배우. 이상하게 백승렬 배우의 공연이 더 궁금해진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새시대 새언론 시사매거진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