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회부터 대륙대회, 소규모 국제오픈까지 다양한 대회 개최되는 홍콩

글, 사진_세계무예기자네트워크 권석무 기자 
글, 사진_세계무예기자네트워크 권석무 기자 

[시사매거진] 지난 2023년 11월 23~26일까지 ‘2023 동아시아무에타이선수권대회’가 홍콩 퀸 엘리자베스 스타디움에서 개최되었다.

본 대회는 국제무에타이연맹(회장 삭차이 탑수완, IFMA)과 아시아무에타이연맹(회장 압둘라 사이드 알 네야디, FAMA)의 공인 국제대회로 홍콩무에타이협회(회장 신람육, HKMTA)가 개최한 지역 국제대회다.

홍콩섬 한 가운데 완차이(wanchai)에 위치한 경기장과 호텔에서 개최된 본 대회를 취재한 필자는 홍콩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홍콩의 전체 면적은 제주도보다 작으며, 홍콩섬의 면적은 서울보다 작다. 이토록 작은 면적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각종 도시 인프라는 국제대회에 참가한 각국 선수들이 홍콩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2023 동아시아무에타이선수권대회’가 개최된 퀸 엘리자베스 스타디움. (사진_권석무 기자)
2023 동아시아무에타이선수권대회’가 개최된 퀸 엘리자베스 스타디움. (사진_권석무 기자)

필자가 묵었던 도르셋 완차이 호텔에는 무에타이 선수들뿐만 아니라, 테니스, 경마 선수들 도 함께 묵었다. 무에타이 경기장이 개최된 퀸 엘리자베스 스타디움 바로 옆에 위치한 해피벨리 경마장과 종합스포츠 타운에서 각종 국제스포츠대회들이 같은 기간 내에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홍콩섬 해피벨리 경마장.(사진_권석무 기자)
홍콩섬 해피벨리 경마장.(사진_권석무 기자)

홍콩에서 개최되는 이들 종목들의 국제대회는 이른바 세계선수권대회(World Championships)가 아니다. 동아시아선수권대회, 국제오픈, 홍콩오픈과 같은 지역대회(Regional Competitions) 또는 오픈대회(Open Championships) 형식의 국제대회 가운데 비교적 작은 규모의 이벤트들이다.

개최되는 종목들 또한 다양하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에타이, 라크로스, 경마, 볼링, 체스 등의 다양한 종목들이 지난 2023년에 국제대회를 개최했다. 그뿐만 아니라 올림픽 정식종목인 베드민턴, 야구, 태권도, 유도, 골프와 같은 종목의 국제대회도 꾸준히 개최한다.

‘2023 동아시아무에타이선수권대회’ 개막식. (사진_권석무 기자)
‘2023 동아시아무에타이선수권대회’ 개막식. (사진_권석무 기자)

물론, 그 가운데에는 태권도의 ‘2024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와 유도의 ‘2023 아시아 오픈 선수권대회’ 등이 개최되어 거대한 규모의 국제대회 또한 지속적으로 개최된다. 필자가 취재했던 동아시아무에타이선수권대회 또한 지난 수년 간 홍콩에서만 개최되고 있다. 홍콩 당국의 지속적인 국제대회 개최 의지가 각 종목의 국제연맹(IF)들에게도 확실하게 인식되었다는 반증이다.

한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홍콩의 이러한 국제스포츠대회 개최 성향과는 정반대임이 확연히 드러난다. 국내에서는 대회를 개최하는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 심지어 후원 기업들까지도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의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대규모 국제대회가 아니라면 큰 관심이 없다는 분위기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국제대회 개최를 어떠한 시선으로 이해하느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한국은 국제대회 개최를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 상승을 위한 차원에서 최대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대륙별 거점 외신들이 해당 국제대회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많은 기사를 제공하기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한 수치가 국제대회를 개최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치적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콩의 소규모 국제대회 개최는 기본적으로 결이 다르다. 그들은 각 종목의 국가협회(NA)가 개최의 핵심주체가 되어 대회 운영에 필요한 여행사, 호텔, 스포츠 에이전시들이 컨소시움을 형성해 수익을 창출하는 목적으로 움직인다. 그렇기에 구태여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같은 대규모 초기예산이 소요되는 국제대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미 중국 반환 이전부터 국제화된 홍콩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소규모의 국제대회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이들의 정책은 국제도시 홍콩에 국제화라는 피를 수혈하는 행위로도 설명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소규모 국제대회 개최에 대한 정책적 패러다임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일까?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라고 본다.

첫째, 국제화에 대한 거부감이다.

더 이상 한국사회는 단일민족 단일문화 사회가 아니라고 한다. 다문화 가정이 급증함에 따라 우리사회 또한 국제화라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한국적 가정 배경을 가진 일반 시민들과 정치권 모두에서는 국제화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인식 기저에는 영어가 일상 언어로 역할하지 못하고, 사실상 섬나라와 같은 지리적 현실과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자본에 의해 우리 자본이 잠식될 것이라는 각종 베타성이 작용되었으리라.

둘째, 스포츠의 사회적 역할 공백이다.

한국사회에서 스포츠가 가지는 영향력과 공익적 역할 등은 소위 말해 해외 선진국들의 그것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좁은 특징을 가진다. 남녀노소 모두가 최소한 일주일 단위로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생활스포츠가 부족하며, 스포츠는 엘리트 선수들이 학업과 사회성 형성을 포기한 채로 오로지 메달을 획득해서 국위선양에 이바지하는 것뿐이라는 과거의 인식 등이 우리사회에서 스포츠가 가지는 무궁무진한 사회적 가치를 스스로 좁히고 있다.

셋째, 일관적이지 못한 지자체 정책 기조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는 중앙정부보다는 지자체의 영향력이 강력하게 발휘되는 편이다. 이는 국제대회의 개최부터 지속 여부까지 중앙정부 이상으로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게 역할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방선거로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전임 지자체장이 추진했던 국제대회 개최 비전 또한 일시에 말소되어버리는 사례 또한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국제대회는 국내 정치 논리이기 이전에 국제기구와 대한민국 정부기관과의 약속이요, 계약이다. 이를 그저 국내 선거 정치 논리 하나로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해버리는 행위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신용도를 떨어뜨리고, 그토록 좋아하는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킬 따름이다.

홍콩의 국제스포츠대회 개최에 대한 지원 정책 기조와 그들의 인식 등을 바라보며 우리의 한류문화와 더불어 K-스포츠가 복합 문화 차원에서 세계화를 이루기 위한 인식 전환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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