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전)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외래교수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전)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외래교수

지난 6일 개막하자마자 연일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화천 산천어축제에 이어 평창 송어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등 올해도 얼음낚시나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축제가 잇따라 개최되고 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화천 산천어축제는 개막일인 지지난 주말에만 15만 명의 인파가 몰렸고, 개막 8일 만에 누적 관광객 50만 명을 넘어서며 올해도 흥행 대박을 이어가고 있다. 

산천어 축제는 지난 2011년 미국 CNN이 발행하는 세계적 여행잡지 ‘론리 플래닛’을 통해 ‘겨울철 7대 불가사의’로 소개되면서 해외에서도 유명해진 우리나라 대표적 겨울 축제로 2003년 시작한 후 2006년부터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간 물고기잡이 놀이 행사다.

화천 산천어축제의 대박으로 이맘때가 되면 인근 지자체에서도 앞다퉈 송어축제, 연어축제, 빙어축제 등 물고기잡이 축제를 개최하고 있어 겨울철만 되면 강원도 산골의 하천변은 얼음 구멍에 낚싯줄을 던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가 된다. 

산천어축제의 경우 통상 3주 동안 180만 명이 방문하고, 산천어 80만 마리가 걸려 나오는데 관광객들은 주로 얼음 낚시, 산천어 맨손잡기 등을 즐기며 이색 추억의 낭만을 만끽한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김건희법'으로도 불리는 개식용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그 어느 때보다 동물보호와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부 의식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물고기잡이 축제가 '오락을 위해 동물의 고통과 죽음을 즐기는' 반생물적 행사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축제를 개최하고 또 이를 즐기는 한편에선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축제”라는 의견이지만 반대하는 이들은 “산천어축제, 송어축제, 연어축제 등은 동물을 오락의 대상으로 보고 동물들에게 불필요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죽이는 일"이라며 이러한 동물사냥축제는 “잔인한 집단학살”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물고기잡이 축제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물고기잡이 축제의 대표격인 화천산천어축제를 들여다보자.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산천어축제가 한창인 강원도 화천군 화천천에는 산천어가 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데 산천어가 살지 않는다고? 그렇다. 시베리아의 오호츠크해 연안으로 나갔다 번식을 위해 고향 강을 다시 찾는 연어과 어류 산천어는 주로 강원도 남대천 등 강원도 영동지역에만 서식하는 어류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영서지역인 화천의 자연에는 살지 않는 담수어인 것이다. 

이맘때 축제장인 화천천에서 헤엄치는 산천어는 오로지 물고기잡이 행사를 위해 전국의 양식장에서 공수해 축제장의 얼음 밑으로 인위적으로 쏟아부은 산천어였던 것이다. 대부분 경북 울진, 양양, 강릉 등 전국 18개 지역 양식장에서 공수한 외래종 및 교잡종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또한 이렇게 화천천에 쏟아부은 산천어는 오로지 유흥·오락 목적의 축제를 위해 양식장에서 인공수정해 만든 치어를 일년 가량 길러낸 양식 물고기라는 것이다. 화천의 산천어축제가 마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자연속의 산천어를 체험하고 즐기는 행사처럼 보이지만 기실은 평생 강물 구경 한 번 못 해본 양식 물고기를 그들이 살지도 않는 낯선 강에 잠시 집어넣어 놓고 한바탕 대량 물고기잡이 놀이를 벌이는 서커스 쇼에 불과한 것이다. 

한마디로 상업을 목적으로 한 유료 '실내 낚시터'를 규모를 확대해 '실외 낚시터'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것도 세금을 들여가며 지자체가 앞장서서 판을 벌이는 낚시터라고나 할까. 들리는 얘기로는 지역의 모 공무원이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고안해 낸 아이디어가 축제의 시발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투입된 산천어들은 하루 수천 명이 드리우는 얼음낚시 미끼를 물고 잡혀죽거나, 홀치기바늘에 몸통이 찔려 올라와 죽거나, 혹은 극심한 고통과 스트레스 속에서 굶고 쇠약해져서 떼죽음으로 생을 마감한다. 

실제 산천어축제에 투입된 물고기 대부분은 일반적인 낚시 형태가 아닌 눈, 아가미, 아랫배, 턱, 꼬리에 바늘이 박혀있고, 몸의 여기저기가 찢긴 채 건져 올려진다. 굶고 지친 산천어는 헤엄치다가 미끼를 물고, 그날 안에 생선구이가 돼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산천어를 수조에 가두어 놓고 맨손, 맨발로 참여한 사람들에 의해 물 위로 들어 올려져 질식사당하게 하는 ‘산천어 맨손잡기’도 대동소이하다. 

이렇듯 보기에 따라서 산천어축제의 실상은 비정한 동물 대량학살이자 시대를 거스르는 생명 경시의 장인 셈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산천어축제의 맨손잡기, 얼음낚시 프로그램이 산천어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유발하는 데다가 축제를 열기 위해 전국의 양어장에서 산천어들을 길러 이동시키기 때문에 반생태적이고 반환경적이라고 지적한다. 

산천어축제는 오로지 유흥과 오락을 위해 수십만 마리의 생명이 단 몇 주 안에 죽어나가는 해괴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맨손잡기 등은 아이들이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법을 배우는 비교육적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이 크다. 

실제로 원활한 행사를 위해 투입되는 산천어는 닷새 전부터 굶긴다고 한다. 수송 중에도 상당수가 죽고 여기서 살아남은 굶주린 산천어들은 양육장에 대기했다가 미끼가 모빌처럼 흔들리는 빙판 밑 수중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시멘트 수조에서 커온 1년여의 삶 끝에 그들이 처음 맛보는 자유이자 죽음인 셈이다.

산천어 맨손잡기에서는 참여자들이 죽어가는 산천어를 들고 기쁨의 환호성을 표현하며 기념사진을 찍거나 심지어 산천어를 입에 물고 나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동물의 극심한 고통과 죽음의 순간이 재미로 소비되는 순간이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손꼽는 '맨손잡이 체험 행사'가 반생명적, 반생태적 행사의 절정으로 지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물의 극심한 고통과 죽음의 순간이 재미로 소비되는 일은 생명 존중 교육이 중요한 아이들에게 비교육적이며 생명 경시를 은연중에 가르칠 우려가 크다. 산천어축제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다루는 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우진 않을까?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다른 이의 고통에 무감각한 어른으로 성장할까 우려된다. 동물에게 잔인한 사람은 사람을 대할 때도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방학 기간 가족 단위 참가가 많은데,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약자에 대한 폭력과 학대를 체득할까 우려하는 지적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렇듯 동물학대 논란이 있음에도 축제가 지속되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 때문이다. 또한 식용 목적의 어류는 동물보호법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오락·유흥 등을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범위를 '고통을 느끼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을 보호 대상으로 삼는다. 살아 있는 물고기를 체험도구로 이용하는 축제가 동물보호법 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어류도 척추동물이어서 법 적용 대상이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식용이 목적인 어류'는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법적으로 저촉이 되지 않고 있다. 도축 합법화를 위한 예외 조항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지금 축제장에서 벌어지는 행위가 동물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미 무수한 과학 연구들이 어류도 고통을 지각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솔직히 우리와 전혀 다른 감각기관을 가진 동물의 정신세계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침팬지나 우리와 같은 포유류라면 아니 조류 정도라면 얼추 그들이 무엇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지만, 물고기의 무표정한 표정을 봐서는 아무래도 감정이입이 안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물고기도 분명 여느 척추동물처럼 고통을 느낀다. 그렇다면 물고기의 고통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표정이 없고 신음을 내지 않기에 우리는 물고기의 고통을 직관적으로 알 수는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간접적인 실험으로 물고기의 고통을 연구했다. 대표적 방법이 모르핀을 이용한 실험이다. 송어에게 통각 수용체가 몰려 있는 안면 부위에 벌독과 식초를 투여하자 송어의 아가미 개폐 횟수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고통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자는 다시 송어에 진통제인 모르핀을 투여한다. 그러자 송어가 잠잠해졌다. 진통제 효과를 본다는 건 물고기가 고통을 느낀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어류도 통증과 공포,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이제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견해는 학계에서 대세가 됐다. 

그래서 유흥뿐 아니라 식용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덜 고통받도록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게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양식장의 물고기를 인도적으로 도축하는 법이 입법되거나 이미 시행되고 있기도 하다. 스위스는 지난해 3월부터 살아 있는 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넣어 요리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식용의 경우라도 법적으로 ‘인도적인 도살’의 기준을 마련하는 추세다.

하지만 식용이라고 해도 일부러 동물을 학대할 권리는 없다. 더욱이 많은 시민은 축제에 이용되는 동물의 복지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축제의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77%는 동물복지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조처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대다수 시민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이 비윤리적'(71%)이며 '동물을 무분별하게 다루는 것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것'(62%)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사실 동물학대는 산천어축제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2013~2015년 한 조사팀의 자료를 보면, 동물을 주제로 한 축제만도 전국에 86개나 파악됐다. 전어·붕장어·은어·문어·숭어 등을 주제로 한 이들 축제 대부분은 맨손잡기가 핵심 이벤트다. 심지어 오징어 배를 가르는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동물 축제 상당수가 동물을 낚시와 맨손 등의 방법으로 ‘포획’한 뒤 ‘먹는’ 것으로 끝나는 셈이다.

영국의 동물학자, 환경운동가, 침팬지의 행동 연구 분야에 대한 세계 최고 권위자 제인 구달 박사는 "화천 산천어 축제에 대해 알게 돼 슬프다"며 '산천어 축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늘 같은 시대에 여전히 인간의 쾌락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고 고문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당연시 된다는 것은 놀랍고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얼음 아래 갇힌 수천마리의 어류를 잡고 먹으며 즐긴다니 참으로 끔찍한 일입니다."

산천어축제를 비롯한 각 지역의 물고기 축제가 ‘재미로 하는 살상’을 테마로 내건 ‘가두리 학살’이라는 비난을 벗어나려면 이제 물고기를 가두고 학대하고 살육하는 천편일률적 축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축제로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화천을 찾아온 100만 명에게 '살생의 추억'을 가득 안기고, 그 끝엔 황폐하고 오염된 강만을 남기는 행사. 그게 지금 산천어 축제의 숨겨진 진실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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