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외래교수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외래교수

새해 첫날 일본에 덮친 강진으로 200여 명에 가까운 사상자와 3만여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하자 인근 원자력발전소도 직접적인 피해를 보았다.

지진 발생지인 노토반도 서쪽에 있는 시카 원전에서 서 있기가 어려운 정도의 흔들림인 리이터 규모 7의 진도가 관측된 가운데 최대 5m 높이의 쓰나미가 밀려왔고, 발전소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지반이 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격의 여파로 원전 변압기 배관이 손상돼 기름과 방사성 오염수가 누출됐으며, 변전소와 송신선 설비 일부가 훼손된 사실도 새로 확인되고 있다.

다행히 쓰나미로 인한 냉각장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아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동일본대지진 당시는 강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의 전력 공급이 끊어져 냉각장치가 멈추고, 이에 따라 원자로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며 원전 4개가 폭발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그렇지만 이번 지진으로 노토반도 일대 단층이 파괴되면서 원전 주변에 또 다른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 사고에 대한 위험과 불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상태이다.

새해 초에 지진이 발생한 노토반도는 평소에도 지진이 잦은 지역으로 일본 정부는 지진의 발생 원인이 '복수의 해저 활성단층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활성단층대는 현재도 활동하는 단층대를 뜻하는데, 단층은 지각 변동으로 지층이 갈라져 어긋나는 현상이다.

또한 정부조사위는 "지진 활동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2∼3주간은 최대 진도 5 이상의 지진에 주의할 필요가 있고, 해저에서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하면 쓰나미(지진해일)도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더불어 현지 언론은 이번 조사위 분석과 관련해 기존에 이시카와현이 마련해 놓았던 '지역 방재 계획'에 해저 활단층대 관련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평소에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데도 강진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고 피해가 커졌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괜찮을까?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 사고가 바다 건너 일본만의 참사에 그치는 일일까? 우리나라는 지진과 쓰나미, 이에 따라 발생하는 원전 참사로부터 안전할까?

우리나라도 일본 같은 강진은 아니지만 최근 부쩍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불과 한 달 전에도 규모 4.0의 지진이 경주 앞바다에서 발생해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진동을 느끼며 불안해했다. 그전인 2016년 가을에는 그보다 강한 규모 5.8의 지진이 역시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했으며, 그해 7월에는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듯 이제 한반도도 지진이 남의 나라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더구나 최근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곳 경주와 울산 동해안은 우리나라 아니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단지가 들어서 있는 지역이다. 경주와 울산, 부산에는 이미 원전 14기가 들어서 있고, 현재 2기가 건설 중이다. 경주 월성에 6개, 기장 고리에 8개가 있고, 울주에 신고리 5~6호기가 건설 중이다.

원전 참사에 가장 치명적인 자연재해가 지진이라는 사실은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사고의 직접 원인인 지진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앞서 언급한 지각 변동 즉, 활성단층 때문이라는 것 또한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이곳 고리와 월성 원전 가까이에 활성단층 5개가 있다는 사실이 정부 차원의 단층 조사를 통해서 확인됐다. 

활성단층(active fault)은 최근 지질시대에 활동했고, 가까운 미래에 다시 활동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의미한다. 국내 원전부지 선정 시 사용하는 활동성단층의 경우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 NRC)의 기준을 준용하고 있다. 이 기준에 의하면 활성단층은 현재부터 3만5000년 전 이내 1회, 또는 50만 년 전 이내 2회 이상의 활동이 있었던 단층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활성단층으로 확인된 대표적 단층으로는 한반도 남동부의 부산에서 영덕까지 이어지는 양산단층이 있다. 양산단층은 최초 활성단층의 여부에 대한 논란이 많았으나, 2016년 경주지진의 발생 등으로 활성단층임이 명백해졌다. 대한지질학회는 1990년대 이래로 한반도에서 활성단층으로 추정되는 단층들이 꾸준히 보고돼 왔으며, 주로 남동부의 포항-경주-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제4기 단층들의 존재가 집중적으로 발견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올 초 한수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동남권(경남·경북, 부산, 울산)에서 14개의 활성단층 분절이 확인되는데 이 가운데 5개가 설계고려단층이라는 것이다. 원전 반경 32㎞ 안에 길이 1.6㎞ 이상의 활성단층이 있을 경우 이를 설계고려단층으로 분류하는데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 원전을 설계할 때 고려하라는 취지다. 쉽게 말해 현재 원전 14기가 운영 중인 경주와 울산, 부산 동해안 지역에 원전을 설계할 때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 고려해야 할 활성단층이 5개나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말이다. 

설계고려단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연구용역을 통해 밝혀졌다. 2016년 경주 지진 발생을 계기로 2017년부터 무려 5년간 이뤄진 연구 결과다.

문제는 이런 지질학적 특징을 반영해 원전이 안전하게 설계 건설됐는가 하는 점이다. 원전 주변 활성단층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이 이번 조사가 처음이라 하니 이미 운영 중인 원전은 설계고려 없이 건설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존재가 확인된 바 없으니, 지금까지 원전 설계 때 고려 됐을 리가 만무하지 않겠나. 

이렇게 애초에 원전건설은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없이 추진됐다. 대한민국 최초 원전인 고리원전을 짓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질학계에서 최초로 활성단층을 발견한 것은 1983년이었고, 이때는 고리원전단지가 이미 가동 중인 시절이다.

활성단층이 발견된 이후라도, 그 부근에는 원전을 건설하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원자력계에서는 활성단층이라고 해도 괜찮다(지진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논리를 내세워서 원전건설을 강행했다. 그 결과 활성단층이 몰려있는 한반도 동남쪽에 원전이 계속 들어서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발생했다. 최근에도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건설허가가 재승인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내 원전의 내진설계가 리히터 규모 6.5~6.9 수준으로, 충분한 내진 여유도를 확보하고 있어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호언장담한다.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원전은 원전 지하 10Km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 6.5 이상까지 견디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다. 또한 신고리 5, 6호는 규모 7.0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다. 지금까지 한수원은 "여태껏 6.0 이상의 지진이 '대한민국에 발생한 적은 없었으며 신월성 1,2호기 기준으로 설계를 고려할 만한 활성단층이 없고, 또한 쓰나미의 경우, 서해에 위치한 원전들은 수심이 낮아 큰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고리원전의 경우, 10m의 해안방벽을 지어 놓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IAEA(국제 원자력 기구)에서 제정한 '지진해일원전안전대책'으로 해안방벽과 ​비상발전기 등 안전관련 내용으로 후쿠시마 때처럼 멜트다운(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정지돼 내부의 열이 이상 상승하여 연료인 우라늄을 용해 함으로써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상황) 등을 막기위한 설비가 강화됐다"고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만약 그 이상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되나? 최근 일본에서 일어난 규모 7.6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버텨낼 원전은 단 하나도 없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 임기 안에 수명 연장이 추진될 노후 원전 10기 중 절반 이상이 고리·월성에 있기도 하다. 

또는 그 이하의 지진이라 하더라도 다른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가령 부실한 점검이나 실수 혹은 기기의 결함이나 부품의 불량 등이 겹칠 경우 또한 원전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얼마 전 월성원자력발전소 격납건물에 내진 성능이 없는 '부적합 앵커볼트' 수천 개가 설치됐다는 내부고발이 제기돼 논란이 일지도 않았나. 긴급한 상황에서 100% 안전을 담보할 방법은 없다.  ‘매뉴얼 국가’라던 일본이 어처구니없이 무너진 것이 그 점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당장 이번에 발생한 일본의 지진도 '노토반도 북쪽 앞바다를 진원으로 하는 지진이 일어날 경우 사망자 7명, 부상자 112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지금까지 노토반도 강진 사망자는 22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대참사의 경우도 그렇다. 일본 시민에게는 예상할 수 없었던 초대형 지진이었지만,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이 재난의 가능성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도쿄전력은 2008년 자체적으로 최대 높이 15.7m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단지를 덮칠 수 있음을 계산했음에도 돈을 아끼려고 보강공사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고가 나고 말았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서둘러 활성단층 부근에 있는 원전에 대해 하루빨리 안전 보강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우선 운영중인 원전에 대해 철저하고 독립적인 안전성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차제에 내진 설비가 충분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는 원전이라면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원전을 당장 멈추지 않을 거라면 내진 성능을 보강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고리2호기와 같은 수명 다한 노후 원전은 연장가동을 포기하고 빠른 시일 내에 재가동을 철회해야 한다. 신고리 5, 6호기처럼 건설단계에 있는 원전 건설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원전에 대한 안전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불확실하지만 지진에 정통한 일본 지질학회도 지진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호언장담이 아닌 철저한 점검과 대책 마련, 중장기적으로는 탈원전으로 가는 에너지 전환의 계획을 수립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