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찬일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저자 박찬일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시사매거진 309호] 밥은 그저 밥인데, 먹다가 울컥하게 하는 밥이 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배달된,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녀석이 보낸 고추장 상표만 보아도, 삶과 죽음이 ‘한 팔 길이’로 달라진다는 노년의 해녀들이 고달프게 작업한 성게를 보아도 마음에 턱하니 걸려 삼키기가 어렵다. 이처럼 요리사이자 작가인 박찬일의 마음을 울린, 그래서 기어이 차오른 한편의 소설 같은 추억들을 오롯이 모았다. 《시사IN》 연재 당시, 독자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며 연재 중단 소식에 독자위원회로부터 문의가 빗발쳤던 글들을 다듬고 더해 쓴 산문집 『밥 먹다가, 울컥』을 펴낸다.
이번 책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거쳐 간 사람들과의 추억들을 어렵게 꺼내 보인다. 때로는 너무 그리워서 수년간 입에 올리지 못했던 사람을, 서럽고 고달파서 쉬이 삼키기 어려운 주방 노동자들의 사연을, 또 때로는 서울 변두리 동네 가난했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내기도 하면서 연신 사라져 가는 것들을 어루만진다. 갈수록 냉기가 도는 세상에 기어이 차오른, 철없지만 다정했고 눈물 나게 고마웠던 음식과 사람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독자들의 마음에도 울컥, 치미는 그리움이 있을 것이다.

저자가 언젠가 적어두었다는 버킷리스트에는 “아버지랑 동네 목욕탕에 가서 목욕하고 병 우유 마시기”가 있단다. 이제는 이룰 수 없는 소원이다. 두부요리의 달인이었던 아버지, 긴 시간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폐병을 얻어 늘 ‘큼큼’하는 소리를 내던 아버지는 이제 지구에 없고, 더운 우유를 하나 사주고는 신문을 보며 담배를 피우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의 기억 속에 산다. 그가 “나는 결국 평생을 살아도 옛날만 사는 것 같다. 그래서 어른이 못 되었다”고 고백하며 잊지 않으려 쓴 글들은 그래서 더 애잔하고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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