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 급증하는 시대, 결혼주기가 짧아졌다
결혼생활 3년 미만인 신참부부 이혼소송 급증
준비 없는 이혼으로 이혼으로 낳은 후유증 심각

얼마전 전북 전주에서 40대 남성이 아내를 흉기를 살해하고 장인과 장모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후 자신도 자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6년 전 각자 재혼을 통해 만나 슬하에 6살 난 딸을 둔 양모씨가 이처럼 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단지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데… . 작년 한해 하루 평균 458쌍의 부부가 이혼해 혼인대비 이혼률이 55%에 이르는 등 ꡐ이혼의 시대ꡑ를 맞은 우리 사회. 이혼에는 재산분할과 자녀양육 등 상호합의를 통해 결정할 부분들이 많지만 아직도 ꡐ홧김이혼․충동이혼ꡑ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준비 없는 이혼으로 알코올중독자가 되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되는 등 이혼이 낳은 후유증이 사회 전반에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이혼 권하는 사회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혼이 일반화 돼가고 있는 지금,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이혼 실태에 대해 살펴봤다

요즘 주변에서 이혼한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통계수치가 일상생활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이혼건수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혼소송 절반이 결혼 3년미만
1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고도 이혼소송을 하는 비율이 지난해 크게 증가하면서 결혼생활 3년 미만인 신참부부의 이혼소송이 전체 이혼소송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04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은 4만 6008건으로 하루 평균 126건에 달해 130건이었던 전년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이 가운데 결혼 10년차 이상 이혼율은 지난해 16.2%(4904건)를 차지해 전년 10.6%(3535건)보다 6% 가량 늘었다. 이는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뒤 이혼하는 황혼이혼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결혼생활 초기단계인 3년 미만의 부부가 차지하는 이혼소송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6.2%나 됐다.
3년 미만 부부의 이혼소송은 2001년 46.6%, 2002년 49.5% 등 매년 전체 이혼소송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쉽게 이혼하는 젊은 세대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혼소송을 낸 이유는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46.7%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었고 본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27.1%), 동거·부양의무 유기(9.0%), 직계존속에 대한 부당한 대우(6.2%), 3년 이상 생사불명(4.7%) 순이었다.

성격차 이혼 줄고 생활고 이혼 급증
또 경제문제와 배우자의 부정으로 인한 이혼 비율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배우자의 부정이 발생하는 요인으로는 "부부간 또는 배우자 가족과의 갈등"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 부부 사이의 신뢰가 금이 갈 때 외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1981년부터 올해까지 이혼한 남녀 3128명을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과 심층 면접을 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제문제로 이혼한 비율은 1981~1995년에는 전체의 4.1%(14건)에 불과했으나, 1996년부터 2000년 사이에는 7.8%(120건), 2001~2004년에는 12.1%(117건)로 급증했다. 이희길 결혼문화연구소 소장은 "경제문제로 이혼이 늘어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부부관계나 가족의 고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배우자의 부정으로 인한 이혼 비율은 81~95년에는 전체의 13.5%(56건)였으나, 96~2000년 15.5%(238건), 2001~2004년 18.5%(179건)로 증가했다. 특히 배우자의 부정 때문에 이혼한 사람은 결혼기간이 10년 이상(25.2%), 나이는 40대 이상(20.3%), 최종학력이 고졸(24.1%) 이하인 이들의 비율이 높아 결혼기간이 길고 학력이 낮을수록 이로 인한 이혼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혼 사유로 배우자 부정을 언급한 조사 대상자 중 145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한 결과, '부부간 또는 배우자 가족 간의 갈등 이후 발생한 배우자의 외도'가 58명(4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바람기와 같은 배우자의 기질적인 이유로 인한 외도'가 42명(29%)이었으며, '장기간 출장 등 배우자의 직업적인 이유로 인한 외도'가 19명(13.1%), '결혼 전 상대와의 지속적인 교제로 인한 외도'가 18명(12.4%),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한 외도'가 8명(5.5%)이었다. 반면, 성격 차이로 인한 이혼은 여전히 이혼 사유 중 으뜸을 차지했으나, 그 비율은 약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기간별로 두드러진 이혼 사유를 보면, 결혼 2년 미만에서는 가족 갈등(8.9%)의 비율이, 결혼 10년 이상은 경제 갈등(10.5%)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0대와 40대의 이혼 사유를 보면 20대의 경우 '무능력·무책임'으로 인한 이혼이 10.7%, 40대는 부정행위가 20.3%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20대는 결혼생활을 함께 영위해가는 동반자로서의 책임감을, 40대는 성적인 일치감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혼이혼, 황혼이혼 갈수록 증가
해가 갈수록 수치가 올라가고 있는 이혼율의 특징 중 하나는 신혼이혼. 지난해 9월 한국일보가 성인 9백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는 통계치의 심리적인 면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체 설문자 중 "이혼 고려 중"이라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62%로, 특히 이런 응답을 한 여성들이 남성보다 13%정도 많았다. 이런 의식변화는 결혼에 대한 통념도 바꿔 놓아 미혼자 중 절반 정도가 "결혼,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혼전문컨설팅사 관계자는 "배우자 선택에 있어 직장, 경제력, 외모 같은 외적 조건만 보는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관이 신혼이혼의 주원인"이라고 추측한다. 가정학 관련 전문가들은 또한 "우리나라 이혼 경향도 선진국형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구조와 인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혼에 따르는 부담감이 사회적으로 많이 해소돼, 이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조장했다는 의미다.
급증한 이혼의 이면에는 함께 살만큼 살아온 이들의 황혼이혼도 눈에 띈다. 살만큼 살고, 아이들도 키울만큼 키운 부부들이 노년기를 맞아 갈라서는 경우다. 그 바람에 89년 남자 36.7세, 여자 32.6세이던 평균 이혼연령이 점점 늘어, 작년엔 남자 44.5세, 여자 40세가 됐다. 이혼 전 결혼기간도 0∼5년이 89년 38.9%에서 02년 26.9%로 줄어든 반면, 20년 이상이 12.4%에서 15.7%로 증가했다. 과거 이슈가 됐었던 '고령 할머니 이혼소송' 같은 것은 더 이상 뉴스거리조차 안될 정도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황혼 이혼은 주로 여성쪽에서 제기한다. 결혼생활 30년만에 최근 상담소를 찾은 한 여성(58)은 "평생을 남편에게 찍소리 못하고 살았다. 남편 뜻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건 말도 못 꺼냈다. 이제 막내가 스물 다섯이 됐다. 아이들도 다 키워놓은 마당에 내가 더 이상 이렇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는 예전과 달리 여(女)권이 신장되면서 참고 사는 것이 오히려 더 불행을 낳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자식이 예전같이 이혼에 장애가 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 2명 중 1명, 직장 일이 잘 안될 때 결혼 생각
흥미로운 것중의 하나는 미혼 직장여성 2명 중 1명은 직장 일이 잘 안 풀릴 때 결혼을 생각하는 것. HR전문업체 IT잡피아(www.ITJobpia.co.kr 대표 신경수)가 최근 전국 미혼 직장여성 847명을 대상으로 '직장여성의 결혼에 대한 의식'이라는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8.7%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할 때'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을 생각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자로서 승진에 장벽을 느낄 때'가 23.4%로 그 뒤를 이었다. 그 외에 주위 친구들이 하나씩 결혼할 때(21.5%),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17.2%) 등이 있었다.
그러나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에는 응답자의 36.3%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다'(22.9%), '반드시 해야 한다'(20.7%), '안 하는 것도 좋다'(13.2%), '잘 모르겠다'(6.9%) 순으로 나타났다. 또 이혼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응답이 40.3%로, '해서는 안된다'(14.8%)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결혼 적령기'에 관한 질문에는 '적령기가 따로 없다'는 응답이 38.8%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이어 27~29세(31.7%), 24~26세(18.5%) 순으로 나타났다.
김종훈 IT잡피아 이사는 "여성이 사회 생활에 있어 장벽을 느낄 때 결혼을 생각하는 응답이 많다는 것은, 아직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장벽과 여성 스스로가 무의식중에 결혼을 현실도피처쯤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혼 잘하는 비결... 돈 잘 챙기기(?)
이혼증가문제와 함께 이혼이 보편화되면서 위자료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숱한 이혼소송들은 모두 돈, 즉 위자료 때문이다. 결혼전문정보회사 선우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 지난해 10월 미혼 및 이혼 여성 3백23명을 인터뷰해 여성이 받는 위자료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현재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이혼 여성이 협의이혼을 통해 받은 위자료는 평균 4천9백62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독신으로 살고 있는 이들이 희망한 위자료는 그 3배에 달하는 1억6천8백39만원이었으며, 미혼여성들도 만약 이혼을 하게 된다면 위자료로 평균 1억7천3백26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상당한 격차다. 현실은 분명 전자다. 후자는 단지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협의이혼으로 위자료를 받은 경우에는 그나마 낫다. 협의이혼의 위자료에는 공동재산에서 서로의 역할을 인정한 재산분할 몫이 관행적으로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혼소송을 하게 되면 판사 앞에서 결혼생활의 모든 것을 돈으로 하나씩 계산하는 일이 벌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위자료청구소송과 재산분할청구소송이 바로 그것. 이 경우 가족을 동원한 배신의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이혼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위자료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의 증거로 의사진단서가 첨부되고, 심부름센터를 이용해 간통현장을 잡거나 카드청구서 등과 같은 사소한 것까지도 증거로 제시된다. 시어머니와 장모는 서로 며느리와 사위를 싸잡아 비방하고, 어린 자녀들은 엄마, 아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한다. 심지어는 상대방을 정신병자로 몰아가고, 부부의 침실생활까지도 폭로하는 등 시궁창 투쟁이 시작된다.
이혼소송 전문인 김기수 변호사는 이혼관련소송의 특징에 대해 "이혼 소송시 대부분은 협의 이혼을 하지만, 재산분할청구소송까지 가면 솔직히 난장판이 된다"며 "항소는 물론이고 소송 당사자와 가족들이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이 되므로 재결합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고 한탄했다.
현실적으로 위자료는 대개 5천만원을 넘지 못한다. 실제 법정에서는 같이 살라는 쪽으로 판결하기 때문에 외도나, 가정폭력 등이 증명되어야만 위자료로 5천만원 정도가 인정된다. 게다가 부부싸움이 집안싸움으로 이어질 경우 소송에 이르면 귀책사유를 양쪽으로 봐 위자료가 기각되는 사례도 있다.
위자료가 이처럼 적기 때문에 최근 대부분의 이혼소송 때 재산분할청구소송이 함께 이뤄진다. 재산분할청구는 부부가 공동으로 이룬 재산을 나누자는 것이므로 간통이나 구타 등 혼인관계의 파탄에 책임이 있어도 청구할 수 있다. 바람난 남편이 부인에게 위자료만 주고 재산을 떳떳이 챙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람난 부인도 공동재산에 대해서는 기여도만큼 분할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부부간의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
이혼 관련 상담센터 관계자들은 부부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고 이혼을 예방하는 길로 "부부간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의 전화 관계자는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은 대화 단절"이라며 "하루 1시간의 대화는 부부관계를 돈독하게 할 뿐 아니라, 어떤 큰 문제에 부딪혀도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성의 전화가 운영하는 이혼자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이혼남 임모씨(56). 임씨는 "이혼 후, 집에 혼자 있으면 괴로워진다"면서 "이혼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연구원의 이숙희 실장은 “이혼율 억제를 위한 숙려 기간 증대나 조정활동이 이혼문제에 대한 해결은 아니다”면서 “무너진 가족의 믿음을 회복시키는 신뢰회복 운동이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혼보다 어려운 게 재혼
40대 재혼 성사 으뜸, 회원 많지만 성공률 낮아
이혼이 낯설지 않다. 예전과 달리 거북스럽지도 않고 당연한 분위기다. 이혼율이 전 세계에서 1, 2위를 다툼하고 있을 정도로 수치가 매우 높다. 이유야 어찌됐건 또 하나의 불명예임에 틀림없다. 즉 이혼이 선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재혼도 마찬가지다. 이혼율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재혼율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인생의 대안인 재혼. 하지만 까다롭다.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이혼이 급증하면서 재혼업체에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나 서로의 눈높이가 충족되긴 여간 어렵지 않다. 때문에 이혼자는 많아도 정작 재혼하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이래서 나온다. 재혼 상담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말로 듣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여자는 아들 있으면 첩첩산중
이혼녀에 있어 재혼의 최대 걸림돌은 자녀가 있는 경우다. 남자 어린이를 양육하는 이혼 여성의 경우 재혼성사가 더 어렵다. 때문에 그래도 재혼에 뜻이 있다면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초혼일 때는 감히 생각지도 않았을 조건의 상대를 기꺼이 만날 마음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 물론 프로필을 중시하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서 하려면 말이다.
이혼부부가 서로 자식의 양육권을 떠넘기는 경향이 있다. 부부가 서로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며 제 갈 길로 가버리는 바람에 졸지에 미아가 된 아이가 많아지고 있는 것. 얼마 전에는 20대 초반의 부부가 서로 애를 맡지 않겠다며 버티는 바람에 판사가 호되게 호통을 친 일이 화제를 모았다. 판사가 결국 "엄마가 애를 키우고 아빠는 양육비로 수입의 절반을 보내라"는 화해권고안을 작성했으나 이마저 거절당하자 결국 아이의 외할아버지가 양육을 맡겠다고 나서 사안이 종결됐다.
여성이 꼽는 제1조건은 단연코 ‘경제력’이다. 물론 남성도 여성의 경제력을 중요시하나 여성에 비해 떨어진다. 이는 지난해 12월 통계청 발표를 보면 알 수 있다. 경제문제로 인한 이혼 비중은 92년 전체의 1.9%에 불과했지만, 98년 6.6%에 이어 2003년에는 13.7%로 커졌다. 경제난에 따른 이혼은 10년 사이 7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경우엔 자신의 아이와 성(姓)이 같은 남자를 선호한다. 아버지와 성이 달라 아이가 상처받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남자는 모든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대머리라면 그 남성은 재혼 회원으로 가입하기 어렵다.
커플매니저들은 30대 초반의 아이 없는 이혼녀들을 ‘로열패밀리’라고 부른다. 결혼 확률 1백%이기 때문이다. 이혼이 전혀 흠이 되지 않는다. 남성은 경제력만 튼튼하면 아이 하나쯤은 상관 없다는 게 요즘 추세라고 이들은 전한다. 초혼 여성들도 적지 않게 재혼 업체에 문을 두드린다. 이유는 돈이다. 이들은 경제력만 좋으면 아이 하나쯤은 거뜬히 키울 수 있다며 적극적이라고 한다.

대다수가 이혼 후회
재혼 성공률이 제일 높은 연령대는 40대로 드러났다. 재혼전문업체 ‘행복출발’에 따르면 재혼에 성공한 커플은 총 2천5백여쌍(재혼의 특성상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이중 40대가 50%를 차지해 가장 많고 50대 이상이 30%, 30대는 20%다. 재혼전문 결혼업체 ‘행복출발’정회원은 1만4천여명, 준회원 1만여명 등 총 회원 2만5천여명 정도다. 인원별 분포(정회원에 한함)는 30대 33%(남53% 여47%), 40대 48%(남41% 여59%), 50대 이상 18%(남39% 여61%) 등으로 나타났다. 또 20대도 상당수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대다수 결혼정보회사는 여자가 남자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되는 여초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혼녀가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이와관련 한 재혼커플 매니저는 “초혼이나 재혼이나 서로 비슷한 점보다 차이점을 이해하고 정서와 가치관이 비슷해야 좋은 만남이 이뤄진다”고 밝힌 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결별하는 것 같다. 재혼하고자 찾아온 사람들의 대다수가 한때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것을 후회한다. 서로 참고 절제하고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며 따끔한 충고를 남겼다. 그는 또 “이혼은 죄악이 아니다.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며 “그렇지만 재혼이 또 한번의 결혼이듯 달콤하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며 재혼도 결혼이란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위장이혼 권하는 사회
지난 4월 30일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세간의 시선을 끈 판결이 있었다. 미국에 유학간 자녀들에게 영주권을 얻어주려고 아내와 위장이혼한 기러기 아빠가 결국 가족을 잃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인 위장이혼의 다양한 문제를 집약적으로 담고 있어 주목을 끌었다. 언제부터인가 유행어가 된 '기러기 아빠'가 위장이혼의 주체가 된 점, 자녀의 유학 문제가 위장이혼의 발단이 된 점, 쌍방이 이혼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한쪽은 위장이혼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합의이혼이라고 주장함)을 하는 점, 재판부에서 위장이혼도 이혼이라고 판결하면서도 위장이혼 때 합의했던 내용을 무시하고 다시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한 점 등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영주권 취득-자녀 유학 문제로
1997년 IMF사태 이후 급증했던 위장이혼이 다시 늘고 있다. 과거에는 사업 부도 등으로 인한 채무 문제가 위장이혼의 주된 사유였으나 최근에는 그 이유와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앞의 사례처럼 영주권 취득이나 자녀 유학문제로 서류상 이혼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세금 회피, 외화 도피, 신병 치료 등도 흔한 사유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신용불량자가 4백만 명에 육박하면서 카드빚을 해결하기 위한 위장이혼이 급증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혼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김수진 변호사는 “위장이혼과 관련한 문의가 한 달에 두어 건씩 꾸준히 들어온다”며 “IMF 직후보다 위장이혼이 늘면 늘었지 결코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정확한 통계는 나올 수 없으나 날로 급증하는 이혼 중 10% 정도는 위장이혼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A씨는 가게 운영비로 거액의 돈을 빌려 신용불량자가 되자 빚을 갚지 않으려고 남편과 위장이혼한 경우다. A씨는 위장이혼 후 카드사와 연락을 끊었다. 카드사 채권추심팀은 남편에게 연락했으나 "이혼 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연락도 없다"는 말만 들었다. 하지만 확인 결과 A씨는 여전히 남편과 한집에서 살고 있었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C씨(47) 부부는 세금 면탈을 목적으로 위장이혼한 경우다. C씨는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8천2백만원을 체납했다. 국세청은 C씨의 재산변동 사항을 조사, C씨가 운영하던 가구업체가 부도날 즈음 처와 이혼하면서 자신의 유일한 부동산인 50평대 아파트를 위자료로 처에게 증여했다는 것과 증여 전에는 같은 아파트에 대해 처남 명의로 당시 시세가액인 3억5천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던 점을 확인했다.
이렇게 부채나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위장이혼은 부당행위가 드러나면 처벌이나 추징을 당하게 되어 있다. A씨의 경우 카드사 채권추심팀에 덜미가 잡혔고, C씨 역시 국세청으로부터 처분금지 가처분신청 및 사행행위 취소 소송을 당했다.

생활보호자로 지정받기 위해 갈라서
위장이혼을 가장한 사기이혼 사건도 최근 부쩍 눈에 띈다. 지난 1월 중순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한 L씨(42)가 그런 경우다. 간호사인 그는 지난해 3월 사업상 채무 때문이라며 잠깐 위장이혼을 하자는 남편 K씨(44)의 말을 믿고 남편과 이혼하고 남편의 신용보증기금 채무 2천5백만원에 대한 보증까지 섰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남편 K씨는 다른 여자와 동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혼할 때 친권 행사자를 남편으로 해 아이 양육권도 빼앗길 처지고, 집을 사느라 진 채무에다 남편 채무에 보증까지 서 막막한 상태다.
법률전문가들은 “이혼 후 3년 안에는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재산 분할은 2년 안에 할 수 있지만 이미 배우자가 재산을 다른 곳으로 빼돌려 놓은 경우는 손을 쓰기 어렵다”며 “여자문제도 이혼 전 관계라면 간통죄로 걸 수 있지만 그것도 증거가 없으면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위장이혼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가정파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위장이혼도 법적으로는 이혼이므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배우자와 진심으로 이혼할 마음이 없으면 위장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목적이 무엇이든 재결합을 염두에 두고 이혼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지적이다.
위장이혼의 증가는 사회적 환경 탓도 있으므로 정부가 나서서 건강한 가족을 유지하게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건강가족실천운동본부 사무총장인 이소우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카드빚 등 경제적 문제가 위장이혼의 가장 큰 이유인 것은 사회적 환경이 가정을 지키기 어렵게 한다는 것을 입증한다”며 “가정이 파괴되는 근본 문제를 뿌리 뽑는데 국가가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수진 변호사는 “위장이혼은 탈법을 통해 특정인이나 특정국가에 피해를 주는 것이므로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행정적 규제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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