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보다 위협적인 미군 감축, 안보․주가 뒤흔든다
감축된 수만큼 국가 안보 위험도 동반 상승 우려
'안전핀' 빠진 금융시장…주가에 위험요소로 작용
주한미군 감축 및 미군기지 등급조정으로 한·미 간 동맹 관계에 ‘빨간등’이 켜졌다. 주한미군 문제는 단순한 안보 문제는 물론 경제적으로 중요한 이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한국 기업 주식이 저평가 돼 있는 현상)의 주요원인 중 하나가 남·북 대치라는 한반도 고유의 지정학적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군 감축은 단순한 군사·안보 차원을 넘어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주한미군의 존재가 서울 금융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는 일종의 ‘안전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보면 미군 감축은 차이나쇼크·미국 금리인상·고유가 등 트리플 악재로 인해 가뜩이나 위축된 금융 시장의 투자 심리를 한 단계 더 얼어붙게 만들 만한 ‘메가톤급’ 악재라는 분석이다.




10월 초 발표된 ‘주한미군 단계적 감축 계획’으로 논쟁이 비등하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미국이 통보한 '1만2,500명 2005년 말 감축안'을 놓고 4개월 여간 벌인 협상에 따른 합의안을 동시에 발표했다.
한국측 협상대표인 안광찬 국방부 정책실장이 이날 국방부 브리핑 룸에서 발표 한 양국 합의안에 따르면 지난 8월 이라크로 차출된 미 2사단 병력 3,600명을 포함 해 연내에 5,000명이 1단계로 철수하고, 2단계로 2005년과 2006년 각각 3,000명과 2,000명, 마지막 3단계인 2007∼2008년 9월말 사이 2,500명이 잇따라 빠져나간다.
이에 따라 2009년부터 주한미군은 2만5,000여 명을 유지, 한국군과 북한군의 남침을 억제하고 동북아지역의 전략적 안정․균형자 역할을 맡게 된다.
1단계로 올해 철수하는 부대는 지난 8월 한국군에 임무를 넘겨준 후방지역의 화생방제독 임무를 맡아온 화생방 방어부대와 일부 전투부대 등이다.
2단계와 3단계로 떠나는 병력도 일부 전투부대와 한국군에 임무를 넘겨주는 부 대, 지원부대 등이 중심이 된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안 실장은 "철수하는 부대가 명확히 어떤 부대라고 명시하지 못한 것은 현재 미국이 추진하는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GPR) 등 가변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기가 되는 대로 계속 의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또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배치돼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군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다연장로켓(MLRS) 2개 대대와 대포병레이더(ANTPQ) 등 대화력전 전력은 감축계획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북한 특수전부대의 침투와 기갑사단의 남하를 저지할 아파치 헬기 3 개 대대중 헬기 보유대수가 가장 적은 1개 대대만 철수하되, 잔류부대가 운용할 헬 기는 최신 롱보우(델타형) 아파치로 교체해 화력을 크게 보강하기로 했다.
미 2사단이 보유하고 있던 전차와 야포 등 주요 전투장비들은 미 육군 사전배치재고(APS.Army Prepositioned Stocks)로 분류, 한반도에 그대로 두고 유사시 투입 되는 병력이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도 합의했다.
미국측이 전 세계적인 GPR(Global Posture Review,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에 따라 주한미군 '1만2,500명 2005년 말 철수안'을 완강하게 고집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한국측 안을 대폭 수용한 것은 협상팀의 꾸준한 설득노력과 최근 이라크 파병결정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광찬 국방부 정책실장은 "미군 감축 이후 미 육군의 군사변혁 계획에 따른 미 2사단 개편과 2006년까지 110억 달러를 투입하는 전력증강계획 등으로 비록 병력규모는 축소되나 실질적인 전투능력은 보다 강화돼 연합억제와 방위태세는 더욱 굳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숙 외교부 북미국장은 주한미군 추가 감축 가능성과 관련, "이것이 끝이다. 미국은 처음부터 주한미군을 줄여 최종적으로 2만5,000여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더 이상의 감축 규모 재조정에 관한 논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주한미군 감축이 미치는 파급효과
주한미군 1만2,500여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후 국내에서는 이에 따른 경제적 파장에 대한 논의를 비롯, 정부 책임에 관한 논쟁으로 떠들썩하다. 무엇보다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국내 경제적 파장과 대응책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주한미군의 경제적 가치는 국방비 부담을 줄여 한국의 경제성장에 얼마만큼 기여했는가를 분석하는 것으로 간접평가가 가능하다.
첫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부담률을 보면 지난 80년 6.0%에서 2004년 현재 2.8%까지 매년 하락해왔다. 지난 2001년 기준 한국의GDP 규모는 세계 13위지만 국방비 부담률은 GDP의 2.7%로 세계 67위이며, 이는 세계 평균치 3.5%에도 못 미친다. 국방비 부담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의 가장 큰 요인이 주한 미군임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 자체의 전투력도 아직은 문제다. 국방예산 억제로 30~40년 된 많은 장비들이 여전히 교체되지 않고 있다. 군 현대화에 필요한 첨단무기구입비만 해도 향후 20년간 약 209조원, 연평균 10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주한미군 감축에 따라 한국의 국방비 증액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얼마만큼 부담을 줄 것인가를 군비수지(The Military Balance) 자료에 의한 모의정책실험을 통해 분석해 볼 수 있다. 주한미군의 주요 장비 및 물자의 추정가치는 약 140억~259억 달러(2002년 9월30일 국방부 및 통일부 국감 자료). 계산상으로 한국은 매년 전력투자비(약 30억 달러)의 절반(약 15억 달러)을 약 9년~17년 동안 지출해야 주한미군의 장비 및 물자를 대체할 수 있다. 이 대체 비용을 상기한 추정치 평균값(24조원)을 기준으로 국방비증액분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분석할 수 있다. 상기의 국방비증액분을 정부세출 제약 하에서 여타 항목(교육비ㆍ경제개발비ㆍ사회개발비)의 지출을 줄여 조달할 경우 경제성장은 연 1.5~1.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방비 증액분을 여타 세출항목의 감액 없이 국가채무 발행(IMF 외환위기 당시 금융기관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보증 ‘정리채권’을 발행했듯이)을 통해 조달할 경우 경제성장은 연평균 1.2~1.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주한미군은 한국 경제성장에 1.2~1.7% 기여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주한미군의 장비 및 물자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13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13년에 걸쳐 한국 경제성장이 연평균 1.2%~1.7% 하락한다는 것은 한국의 경제상황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시장에 대한 파급효과를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93년 2월21일~3월12일 북한 핵 위기 당시 감소한 증시 시가 총액분을 토대로 추정하면 ‘심각한’ 안보위협에 처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약 2% 낮아질 수 있음이 나타났다. 2002년 기준 외국인 투자금액은 97조1,00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약 33%를 차지했다. 외국인 증시자금은 ‘포트폴리오’ 투자로 외국인직접투자(FDI)와 달리 경제환경이 악화되면 언제든지 ‘일시에’ 한국을 이탈할 수 있는 자금이기도 하다. 외국인의 증시투자금은 2002년 기준 외환보유액 1,183억 달러의 68.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규모와 총 외채를 감안하면 현재의 외환보유액도 사실은 매우 불안할 수 있다. 외국인 증시 자금은 평화 시에는 증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지만 안보 불안이 커지면 증시기반을 일시에 붕괴시키는 화약고가 되기도 한다.
이밖에 외국인 투자기업의 철수로 인한 생산 및 고용 타격 등을 고려하면 주한미군 감축은 에너지 위기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갖는 재앙이다. 한국이 얼마만큼 이에 대처할 수 있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는 주한미군의 감축에 따른 국방비 증액과 관련, 국가적 우선순위에 입각한 예산구조를 시급히 마련하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재원조달방법 등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2002~2003년 ‘북핵 충격’ 돌이켜봐야
최근의 안보 문제로는 2002년 불거진 북핵 사태를 들 수 있다. 미국이 2002년 10월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시인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된 2002~2003년 북핵 위기는 그 해 11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으로 위기가 본격화된 후, 같은 해 12월엔 북한의 핵봉인 제거 및 원자로 이동 그리고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추방으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마침내 북한은 2003년 1월 10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고 그 해 2월에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 북핵 위기의 클라이맥스를 이뤘다.
2002~2003년 북핵 위기는 단기적으로 꽤 큰 주가 충격을 가져왔다. 미국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북한과의 전쟁을 언급했던 2002년 12월 23일 이후 2003년 3월 13일까지 종합주가지수는 23%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세계 주가 수준을 반영하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세계지수가 11% 정도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북핵 위기로 인해 국내 주가는 12% 정도 하락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북핵 위기뿐 아니라 1983년 미얀마(당시 버마) 아웅산묘소 테러와 1987년 KAL기 폭파, 1999년 북한 경비정 침투 등 북한 관련 안보 이슈들 이후 국내 주가는 대체적으로 ‘단기 충격 후 회복’이라는 패턴을 보여왔다. 물론 당시 국내외 경기라든가 해외 변수에 의해 회복 속도는 다소간 차이를 보였다.
북핵 위기로 인한 주가 충격이 오래가지 않았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관련 안보 이슈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걸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다”라며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의 외교적 특성에 대한 ‘학습 효과’로 인해 북한 관련 안보 이슈가 단기적인 충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번 미군 감축의 경우, 과거 북한 관련 안보 이슈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분단국가인 한국에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암묵적으로 의식하는 요인은 주한미군과 씨티그룹의 존재”라며 “주한미군이 감축되는 만큼 한국의 국가 위험도(country risk)가 높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불거졌던 미군 재배치 문제는 한국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덮여 더이상 논란이 확산되지 않았지만 이번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전세계에 파견된 미군의 전체 조정 과정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군철수 3년 연장 잘 활용해야
주한미군 단계적 감축은 철수 규모 면에서는 미국측 입장이, 시기 문제에서는 한국측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세 차례에 걸친 협상 과정에서 한국측은 감축계획이 대북 군사억제력의 약화 또는 공백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한국민의 우려를 충분히 감안해 대북억제 긴요 전력의 감축 최소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한국측의 입장을 반영해 북한군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다연장로켓(MLRS) 2개 대대와 대포병레이더(ANTPQ) 및 아파치헬기부대의 철수 계획이 유보됐다.
미국의 감축초안 내용에 비해 한미 합의를 거쳐 마련된 최종안은 우리 안보현실을 고려할 때 다음 몇 가지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첫째, 감축에 따른 대체전력을 건설할 시간을 추가적으로 확보했다. 대체전력 건설에서 3년은 적지 않은 시간이다. 추가적으로 확보한 3년은 감축과 관련한 안보적 공백, 안보불안심리를 극복하는 데에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절차 면에서 동맹국간 협의 절차를 공개적으로 거쳤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미국이 계획을 수립 통고 집행하는 일방적 절차 대신에, 제안하고 협의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것은 한미군사동맹의 미래를 위해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셋째, 한미동맹에 대한 북한의 오판 및 국내 일부의 부정적 평가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이 일방적 감축안을 발표했을 때 한미동맹의 갈등조짐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는 측면이 있었다. 협상 결과 그러한 우려는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협상 결과 발표 이후 우리 정부는 향후 미국측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주한미군의 전력현대화 계획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한편, 자주국방 추진계획에 따른 전력증강계획을 빈틈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올바른 방향이다. 미군이 향후 110억 달러를 들여 주한미군의 전력을 증강하겠다는 계획에 우리측 입장을 반영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미군의 전력증강 프로그램을 면밀히 확인하고, 우리측 입장을 간단없이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미군의 감축전력을 대체할 우리 자신의 군사력 건설계획을 치밀하게 추진할 필요도 있다.
잔류 주한미군의 군사력을 유지, 강화하는 것은 어떻든 미국의 몫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주한미군 감축협상 이후 우리 스스로 대체전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추가적으로 확보한 3년여의 시간을 활용해 대북군사 태세를 중심으로 한 안보 태세를 더욱 공고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규모가 축소된 미군과의 안보 및 군사협력 태세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안보 부담금 국민적 합의 필요
이러한 안보적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주한미군이 감축되면 우리 안보에 대해 우리가 책임지는 부분이 당연히 늘어난다. 이는 총량적으로 국방비가 늘어난다는 의미이고, 국민 각자가 부담해야 할 국방 관련 조세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감축 계획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안보적 부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마련돼야 할 것”임을 재차 강조한다.

주한미군 감축 변천사
현재 주한미군은 주독미군(7만 여명)과 주일미군(4만3,000여명) 다음으로 많은 3만7,000여명 수준이다. 그러나 그 규모는 한미동맹의 '부침(浮沈)'과 미국의 국방정책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었다. 1950년대 미국 아이젠하워 정부는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 해외 원조를 대폭 삭감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당시 미국의 최대 군사 지원 대상국이던 한국은 '1차 대상'에 올랐고 1957년 주한미군은 7만 명에서 5만 명으로 감축됐다.
1969년 7월 발표된 '닉슨 독트린'은 주한미군 '2차 감축'의 계기. 당시 닉슨 미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재래식 전쟁이 발발할 경우 1차적 책임은 당사국이며, 미국은 선택적이고 제한적 지원을 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71년 6월까지 아시아지역에서 총 4만2,000여명의 미군 철수를 추진했고 70년 7월 주한미군 소속 미 7사단 2만 명도 철수를 완료했다.
그로부터 6년 뒤인 1977년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했던 지미 카터 미 대통령도 당선 후 구체적인 실행에 돌입했다. 그러나 당시 미 의회 및 군부의 거센 반대와 소련의 아시아 확장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결국 78년 4월까지 3,000명을 추가 감축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후 냉전 종식으로 미 국방부는 1990년 아태(亞太)지역 미군 전력의 10~12% 축소를 골자로 한 '동아시아 전략구상'을 발표했다. 이 전략엔 미군의 임무를 '주도적 역할(Leading Role)'에서 '지원 역할(Suppor-ting Role)'로 점차 변경하고 주한미군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92년 7,000여명의 주한미군이 추가로 철수하고 94년 한국군이 평시 작전통제권을 되찾게 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에 69만 명의 미 본토 병력을 포함한 전투요원과 총 1,000억 달러에 상당하는 장비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며 "주한미군은 바로 유사시에 이들을 불러들이는 '인계철선(trip wire)'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스2.주한미군 철수 시 후유증은?
성급한 가설이긴 하지만 만약 주한미군의 철수가 현실화된다면 우리 사회에 닥칠 경제 및 정치 외교적 후유증은 얼마나 될까.
우선 국방비의 대폭적인 증액이 불가피하다. 국방부에 따르면 주한미군의 전투장비 가격과 운영 유지비는 연간 140억 달러(약 15조원). 이 중 주한미군이 보유중인 M1 전차, 브래들리 장갑차 등이 17억5,000만달러, F16을 비롯한 공군 최신예 항공기와 무장력이 84억8,500만 달러에 이른다. 또 주한미군은 고가의 첩보위성과 U2 정찰기 등을 통해 전략정보 100%, 전술정보 70%를 한국군에 제공하고 있다. 북한을 24시간 중첩 감시하는 미국의 각종 정보 자산의 가치는 수 백 억 달러에 이른다는 게 국방부의 계산이다.
이 같은 주한미군 전력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매년 최소 50억~100억 달러 이상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고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7%인 국방예산을 최소 5~6%까지 올려야 한다. 군 복무 기간의 연장도 불가피하다. 그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의 철수로 한반도의 심리적 안보효과가 사라지면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해외기업 상당수가 철수하는 등 수 십억 달러 이상의 국부(國富) 유출 사태가 초래될 수 있고 대외 신용도도 하락할 수 있다. 외교적 입지도 좁아진다.
필리핀의 경우가 참고가 된다. 거센 반미시위로 91년 미군이 철수한 뒤 필리핀은 51억 달러 규모의 군 현대화 계획을 세웠으나 경제난으로 포기했다. 또 반군의 테러와 정국 불안으로 상당수의 해외 투자기업들이 빠져나가 경기 침체가 계속됐고 결국 2001년 말 미국측에 재주둔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필리핀의 사례는 국방비용 확보와 확고한 안보체제 구축 없이 '명분'이나 '감정' 차원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했을 때의 부작용을 잘 보여 준다"며 "독일이 통독 이후에도 10년 넘게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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