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매매와의 전쟁, 性사면 무조건 입건된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시작으로 오는 2006년부터 집창촌 단계적 폐쇄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 성매매로 인한 이익을 전액 몰수, 추징할 계획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강력한 단속이 이루어지면서 집창촌이 공동화 조짐을 보이는 등 성매매가 수그러드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성매매업주와 종업원들이 주택가에 방을 얻어 윤락을 하거나 이동식 성매매 행위를 하는 등 음성적인 성매매행위가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사회에 만연된 성매매를 뿌리 뽑기 위해 ‘성매매 방지 종합대책’을 세우는 등 성매매 근절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국내 성매매 현황을 짚어 보고 성매매 근절을 위한 정부의 대책 등을 알아봤다. (자료제공:국정홍보처)


국내 성매매 규모
지난해 2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성매매 규모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현재 한국에서 연간 성매매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규모는 24조원대로 국내총생산(GDP)의 4.1%를 차지한다. 이는 전기·가스·수도사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2.9%를 능가하며, 농림어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4.4%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성매매 종사여성은 최소 33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지난 76년의 4만5,611명에 비해 7배나 증가한 수치다. 성매매 알선업소도 약 8만여 개로 이는 전체 숙박·음식점업의 15%에 해당한다. 특히 일명 사창가로 불리는 성매매 업소 밀집지역은 전국 69개 지역에 달하며 밀집지역의 총 업소 수는 2,938개, 종사 여성 수는 약 9,092명, 매출규모는 약 1조8,300억 원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에는 2차 서비스 형태로 성매매를 제공·알선하는 ‘겸업형’ 성매매가 크게 증가, 겸업형 업소는 전국 5만7,000여 개로 성매매 업소 유형 중 가장 많으며 여성 종사자만도 24만 명에 달한다. 주로 유흥·단란주점, 다방, 이발소, 마사지업소 등에서 겸업을 하고 있으며 일반유흥주점업소의 경우 80% 가량이 성매매를 알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통한 청소년 성매매 급증
일반적인 성인 성매매와 별도로 최근에는 인터넷과 휴대폰 보급이 확산되며 채팅 등에 의한 전자형 성매매가 10대부터 30대까지의 네티즌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청소년들의 성매매는 지난해부터 부쩍 늘어나기 시작해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지검 소년부가 청소년 성매매 사건 128건을 분석, 지난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인 성매수자와 청소년이 접촉하는 수단으로 ‘인터넷 채팅’이 78.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매를 위한 접촉을 시작한 장소로는 성매수자의 33.3%와 청소년 59.4%가 각각 PC방을 꼽았다. 또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 4~5월 두달간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의 청소년 채팅 사이트 9개와 커뮤니티 사이트 10개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인터넷 성매매가 제한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이 스스로 성매매를 적극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거나 인터넷 채팅방에서 ‘조건만남’을 의미하는 은어인 ‘ㅈㄱ’ 등이 일상적인 표현으로 사용되는 등 인터넷 성매매가 위험 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모니터링 결과 유명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평범한 학생들까지 광범위하게 성매매에 노출돼 있었다”며 “나이대로 봐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3 수험생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릇된 성의식, 성매매 부추겨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에 의해 성매매는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성매매시장은 90년대 이후 유흥접객업소나 성매매 알선업자(일명 포주)의 주도하에 하나의 산업으로까지 발전, 날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우리사회의 그릇된 성의식이 성매매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성매매를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는 이중적 인식과 여성의 성(性)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그릇된 성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03년 10월 한국 여성의 전화연합이 발표한 ‘성매매에 대한 대중의식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남성 2명중 1명은 성구매 경험이 있으며, 3명중 1명은 사회생활 과정에서 성구매는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돼 많은 남성들이 성구매에 특별한 죄책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한 남성 577명(중복응답자 포함) 중 104명(18.0%)만이 성구매 후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 ‘죄책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156명(27.0%)이 ‘성병에 걸릴까봐 두려웠다’ 150명(26.0%)이 ‘별 느낌이 없었다’, 123명(21.3%)이 ‘기대와 달라 실망했다’고 응답해 상당수가 자신의 성구매를 범법행위로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성구매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673명(중복응답자 포함)의 남성 응답자 중 371명(55.1%)이 ‘술자리 또는 접대 관행 때문에’라고 답했으며, 95명(14.1%)만이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해 직장 문화와 우리의 접대·유흥문화가 성구매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종합대책 마련 등 성매매 방지 적극 나서
날이 갈수록 주택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성매매에 대해 여성계를 중심으로 성매매 방지법 제정을 촉구해 왔고 정부도 성매매의 사회적 심각성을 인식, 지난해 ‘성매매 방지 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성매매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특히 지난 9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 시행과 더불어 성매매 방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에는 여성부, 법무부, 경찰청 등을 중심으로 3대 분야 18개 대책 73개 시책이 포함된 범정부적 ‘성매매 방지 종합대책’을 마련, 전국 69개 집창촌을 오는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쇄키로 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집창촌 폐쇄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내년에 법을 제정해 2007년부터는 청소년보호지역과 주거지역 인근 집창촌을 시작으로 전국 69개의 집창촌을 단계적으로 폐쇄한다. 또 유흥업소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에게는 성매매로 인한 이익을 전액 몰수, 추징할 계획이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종합대책과 관련, “불행하게도 우리의 성문화는 남성과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성매매를 당연시하는 사회적 풍토 속에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며 “성매매를 매개로 검은 돈을 버는 행위는 우리사회에서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성매매를 단속, 관리하는 경찰청도 지난 4월 ‘성매매 예방 및 단속과 인권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등 성매매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대책에 따르면 경찰청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해 집창촌 및 유흥업소 밀집지역 관할 128개 경찰서 담당경찰관 534명 중 356명을 여경으로 교체하고 경찰서 여성 상담실을 성매매여성 상담 및 조사실로 개편 운용하기로 했다. 상담조사실내 진술녹화 시설도 설치한다.
경찰청은 특히 청사 내에 ‘성매매 여성 긴급지원센터’를 마련, 성매매 여성과 관련된 긴급구조 요청이나 피해신고접수 등을 일원화해 신속히 대처하고 외부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법률·의료 지원까지 24시간 원스톱(One-Stop)으로 서비스한다. 또 업주와 지역주민들과의 유착으로 지역탈출을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 등을 중점 단속하며 유흥업소에 기생하면서 갈취하는 조직폭력배 등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키로 했다.
한편 여성부는 최근 정부의 성매매 방지 대책 등을 담은 홍보책자 ‘성매매 없는 사회를 위하여’를 발간하는 등 9월 성매매 보호법과 처벌법 시행과 함께 성매매 근절을 위한 홍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性매매 특별법’ 시행, 유흥업소 단속 피하기 백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연인 사이라고 우기라’ 등 묘안 짜기
“소나기는 일단 피해가야죠. 당분간은 아예 문을 닫을 생각이에요.”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과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 등 이른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난 9월 23일 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집창촌 속칭 ‘588’ 일대. 경찰이 이날 밤 12시부터 업주와 성 구매자에 대해 한 달 동안의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하자 이 일대 140여 개 업소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최근 들어 30∼40개 업소가 아예 영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이날은 문을 열지 않은 업소가 더욱 늘어난 것. 성 구매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영업 중인 몇몇 업소에도 손님은 거의 없었다. 용산역 앞 윤락가나 강남 일대 유흥주점과 안마시술소 등도 개점휴업 상태여서 단속반들이 허탕만 쳤다.
한 윤락가 포주는 “새벽에 1, 2명이라도 올 거라 기대하고 불이라도 켜뒀다”며 “최소 두 달은 파장이 있을 거 같고, 폐업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역삼동의 한 유흥업소 직원도 “손님이 평소의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지 오래”라며 “영업이 안 돼 유흥업소들을 매물로 내놓거나 업종 전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단속피하기 백태=그러나 대부분의 업소는 경찰의 법망을 피하기 위한 ‘묘안 짜기’로 분주했다. 강남의 한 안마시술소 직원들은 단골손님을 온라인 카페를 통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단골손님들은 경찰에 신고할 확률이 낮기 때문.
강남의 또 다른 업소는 ‘아가씨’들에게 2차를 나갔을 때 법망을 피하는 방법을 철저하게 교육시키고 있다. 이 업소 관계자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연인 사이라고 우기라’ ‘가방에 콘돔을 여러 개 넣고 다니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B씨(40)는 “룸에 간이침대를 갖다 놓거나 방을 따로 만들어 ‘북창동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 곳의 또 다른 업체 직원은 “손님을 아예 인근 안마시술소로 모시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며 “단속 기간만 지나면 예전처럼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피해여성은 환영, 업주는 울상=성매매특별법이 신설된 이유는 무엇보다 성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 이 때문에 성매매 종사자들이 강요에 의해 성관계를 맺었을 경우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업주에게 빌린 선불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 반면 성 구매자는 통상 100여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던 기존과는 달리 앞으로는 1년 이하의 징역과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종사자가 적발될 경우 통화명세 등을 추적해 이들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들을 적극적으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주들은 “새 법에 따르면 성매매 종사자가 수 천 만원의 선불금을 받은 직후 도망가더라도 돈도 못 받고 처벌도 못하게 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반응=시민과 전문가들은 접대문화 등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정책국장은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기업들도 접대문화, 회식문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늘푸름여성지원센터’ 관계자는 “경찰이 전체 성매매 업소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집창촌 등 쉬운 곳만 단속한다면 성매매 근절 대책은 ‘눈 가리고 아웅’식이 될 것”이라며 철저한 단속을 당부했다. 반면 동덕여대 김경애(金慶愛·여성학과) 교수는 “오히려 성매매가 음성화되고 인터넷 등과 같이 점조직 형태로 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사회 전반에 대한 성교육이나 문화 자체를 바꾸어 나가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무부는 특별법 시행에 맞춰 ‘성매매 사범 재범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행위 등으로 처벌받은 사람의 경우 같은 직업에 다시 종사하지 못하도록 보호관찰관이 1대 1로 밀착지도를 하게 된다. 또 성매매 사범이 관련 교육을 받지 않거나 보호관찰관의 지도에 따르지 않으면 보호처분이나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등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性매매 특별법’ 문답풀이▼
Q=성매매 도중 적발된 남녀 모두 처벌대상인가.
A=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여성은 처벌받는다. 그러나 폭력이나 협박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하거나 마약에 중독된 상태에서 성매매를 했을 경우 피해자로 보호받는다. 반면 성구매자는 무조건 입건 대상이 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기존에는 훈방된 뒤 벌금형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징역형을 받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Q=유사 성행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A=구강과 항문 등을 사용할 경우 유사 성행위에 해당돼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손 등 신체의 일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법원에서 사안별로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Q=유흥주점 주변의 호객꾼이 ‘아가씨 예뻐요’라고 말하는 등 간접적으로 성행위 구매를 권유하면 처벌되나.
A=성매매를 권유하는 경우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에 해당된다. 집창촌에서 알선행위를 할 경우 바로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단란주점이나 유흥업소 주변에서는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권유하지 않을 경우 처벌이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Q=주택가 등지에서 성매매와 관련된 광고지를 뿌리는 것은 처벌되나.
A=출장마사지사 등의 알몸을 게재했을 경우 법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아가씨 상시대기, 성인나이트’ 등 간접적으로 성매매를 표현한 것까지 전부 입건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기준을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서고 업주로부터 선불금을 받았다면, 이런 성매매 업종 종사자도 보호대상인가.
A=자발적, 비자발적이 피해자 보호대상의 기준이 아니다. 성매매를 전제로 선불금을 받고, 빚을 졌는지 여부다. 성매매 종사자가 자발적으로 업주에게 찾아가 돈을 받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성매매를 강요받아 신고할 경우 보호대상이고, 선불금도 무효다.
Q=속칭 2차를 간다며 돈을 지불했지만 성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
A=돈을 지불하고 성관계가 이뤄져야 처벌대상이다. 돈을 내지 않고 접대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경우도 처벌할 수 없다. 폰팅서비스나 화상전화방 등에서 음란한 내용으로 통화해도 성매매특별법으로는 처벌되지 않는다. 전기통신사업법 등 다른 법으로 규제된다.
Q=호스트바를 출입하는 여성이나 선불금에 엮인 호스트바 종업원도 이 법의 적용을 받나.
A=당연하다. 기존 윤락행위방지법은 성매매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했지만 성매매특별법은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호스트바 종업원도 보호대상이 되며 돈을 주고 이들과 성관계를 맺은 여성들도 입건대상이다.
Q=성매매특별법 시행 전에 한 성매매 행위도 처벌받나.
A=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기 이전의 사안은 윤락행위방지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Q=여관 등에서 적발됐지만 양측에서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합의하에 관계했다’ ‘연인사이’라고 우길 경우 어떻게 되나.
A=수사는 해야 하지만 입증할 증거가 없을 경우 처벌할 수 없지 않겠나.

『성매매 관련법 시행』법무부 배성범 검사 인터뷰
성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 처벌하는 것이 원칙
‘성매매 알선 등 행위에 관한 처벌법’ 법률안 제정을 담당했던 법무부 배성범 검사는 “성매매를 처벌하는 법인 동시에 성매매를 목적으로 벌어지는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엄정히 처벌한다는 뜻이 담긴 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매매에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고 어떻게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왜곡된 착취구조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온 여성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윤락행위등 방지법에 비해 신설되는 처벌법의 체감강도는 대폭 높아질 것이라며 수사기관은 정부 정책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성매매 사범들을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배성범 검사와의 일문일답.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2000년 군산 대명동, 2002년 개복동 화재 참사 사건을 계기로 성매매 여성들이 심각한 인권침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부끄러운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여성계 중심으로 추진돼 오던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과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 등을 법무부, 여성부, 여성계, 의원들의 협의를 거쳐 제정한 것이다.
△신설법으로 인해 달라지는 처벌 강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인신매매에 대한 요건이 완화돼 법 적용이 더 수월해졌다. 또 기존 법에서 부녀매매의 경우 1년 이상 형인데 신설법에서는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는 3년 이상으로 상향조정됐다. 살인죄가 5년 이상임을 감안할 때 강력한 수준이다. 또 선불금을 이용해서 장애인이나 청소년을 유인해 지배·관리하면 법정형이 두 배로 올라간다. 대부분의 규정에서 성립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에 새 처벌 규정의 체감강도는 이례적으로 높을 것으로 본다.
성구매자 등에 대해서는 처벌일변도로 나가기보다는 보호처분을 신설해 성매매에 대한 가치관에서부터 상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이라고 본다.
△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효과는.
▶우선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강요하는 이른바 업자들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또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라는 개념이 신설됐으며 특히 피해여성을 착취해서 얻은 불법이득은 전액 몰수 추징한다. 불법행위들이 상당히 억제되지 않겠나.
두 번째로 피해 여성에 대한 보호가 근본적으로 강화되고 수사절차상 보호도 체계화된다. 피해자 개념을 신설하고 기존법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대상 범죄의 범위를 대폭 넓혀 피해여성의 권리주장이 법적으로 용이해졌다. 억울함을 호소할 데도 없고 자기의 권리를 주장할 줄 모르는, 왜곡된 착취구조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온 피해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법에 대한 오해는 없나.
▶잘못 알려진 것 중의 하나가 “왜 남자만 처벌하냐”는 것인데 이 법에서 남녀 구분은 없다. 성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 똑같이 처벌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특례 규정을 두어서 ‘위계·위력으로 성매매를 강요받거나, 청소년, 중대한 장애가 있는 자로서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 유인된 자,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자’ 등 피해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남자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반면 자발적인 성매매인 경우 남녀 구분하지 않고 처벌하게 된다.
또 ‘집창촌이 일시에 다 없어지겠느냐’는 의문도 있는데 저로서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여성부에서 집창촌 폐지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 수사기관은 정책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피해여성보호, 불법이익 박탈 등 관련조치를 강력히 추진하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가 가진 성매매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변화하는 것이다.
기존 ‘윤방법’도 포주나 성매매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법이 없어서 처벌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신설법은 인권침해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고 봐야한다.
△신고 보상금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지급 대상은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신고했을 경우이다. 무엇보다 관련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신고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최고 2,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예산 관계로 2006년 1월부터 시행한다.
△이른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많다.
▶단속을 심하게 하면 밀집되어있던 업소들이 분산돼 주택가로 흩어질 것이라는 얘기인데 단속의 문제라기 보다도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보호와 재활 지원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충분히 이런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성매매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을 어떻게 보는지.
▶다양한 입장과 견해차가 존재한다. 이는 우리 뿐 아니라 각국의 성매매 규율과 제도를 보아도 그렇다. 불처벌주의, 처벌주의, 규제주의가 있는데 우리나라가 적용하고 있는 처벌주의에서도 여러 가지 입장이 존재한다. 대만의 경우 여성만 처벌하고 있고 우리 여성계에서는 남성만 처벌하자는 얘기도 있다. 우리는 양쪽 다 처벌한다. 우리 사회 내에서도 성매매가 개인적인 범주의 행위이므로 범죄가 아니라는 입장에서부터 성폭력에 준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입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차이를 딛고 공청회 등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거쳐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이 법을 만들었다. 일부 반발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사회를 밝고 맑게 하는데 동의하시리라 본다.
△법 시행과 관련해 향후 일정은.
▶법 후속 시행령을 법과 동시에 공포, 시행 예정이다. 보상급 관련 시행규칙(부령)도 올해 안에 입법 완료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남았다.
한편 대검에서는 성매매 관련 사범에 적용할 실무 수사 매뉴얼을 마련 중에 있다. 수사과정에서 달라지는 점들이 많은데 특히 피해여성 보호 방법, 일선 수사방향 등 인권 보호 측면에서 많은 점이 달라질 것이다.
△국민들께 당부말씀.
▶일단 법은 만들어졌는데 실효성이 있느냐는 법집행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처벌, 즉 사법 만능주의로 접근하면 한계가 있다. 사회의 충분한 공감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권, 행복추구권 보장에 대한 많은 관심과 배려가 병행되어야 법 시행 취지가 제대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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