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부터 수능 축소되고 내신 강화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8월 대입제도 개선에 관한 시안을 낸 이후 4차례에 걸친 공청회 등 다양한 논의를 거친 끝에 '200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선안' 최종안을 내놓았다. 이번에 발표된 최종안은 지금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대학입시때부터 적용되는데 대학입시에 수능점수의 반영을 축소하고 그 대신 내신성적의 반영을 확대하였으며 특수목적고의 동일계열 특별전형 도입, 농어촌과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전형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선안' 의 내용과 의미를 취재했다.


◆ "수능 시험 9등급으로, 1등급은 4%"
교육인적자원부는 그 동안 논란이 돼온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최종안은 지난 8월26일 시안이 발표된 후, 고교등급제 및 내신 부풀리기 논란을 거치면서 6차례나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확정된 것이나, 시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최종안에 따르면, 학생부 중심의 대입전형을 유도하기 위해서 수능 성적은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없애고 1~9등급만 제공하기로 했다. 수능 시험도 고교 수업과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 과정에서 출제하기로 하고, 2008학년도부터는 문제은행식 출제로 전환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2010학년도부터는 연간 2회 수능 시험을 실시하고, 1회 실시할 경우에는 이틀에 걸쳐 시험을 치르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변별력이 없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안대로 9등급을 유지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교육부는 "등급을 더 세분화하면 (대학이 수능 시험 위주의 선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 석차 경쟁을 막을 수 없고, 등급수를 줄이면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9등급이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또 "1등급을 종전 4%로 유지하고, 총점이 아닌 영역별 등급을 제공하기 때문에 변별력도 상당히 갖춘다"고 강조했다. 단 학생부 중심의 전형이 정착되는 시점에서 등급을 줄이거나 1등급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보기로 했다.

◆ 원점수, 표준편차, 9등급 기재 '석차 등급제' 도입

교육부는 대입에서 학생부 비중을 높이되 교과 성적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학생부에 원점수를 표기하고, 9등급의 '석차 등급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일단 거의 유명무실한 현재의 평어(수ㆍ우· 미ㆍ양ㆍ가)를 없애고, 원점수와 석차를 기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원점수는 표준편차가 병기되기 때문에 학교의 성적 부풀리기를 확인할 수 있어 학생부의 신뢰도가 제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차 등급제'는 과목별로 도입돼, 동석차가 많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그간 계속 예고돼 왔듯이 독서활동, 특별활동,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도 학생부에 기록된다. 교육부는 "이들 비교과 영역을 충실하게 기록하게 해 서류평가나 면접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교과별 독서 매뉴얼을 개발하고, 교사의 교수ㆍ학습계획과 평가계획ㆍ내용ㆍ기준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원단체의 반발을 사왔던 '교사 평가제'도 도입된다. 교육부는 "교원의 전문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0년 중학교 신입생부터 '교사별 평가'를 도입하겠다"며 "학교현장의 교육여건 조성 및 교사연수 강화로 '교사별 평가'에 대한 타당도ㆍ 신뢰도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밖에 고교-대학-학부모 간 협의체인 교육발전협의회를 구성해, "공교육 정상화 및 대학의 바람직한 선발제도 정착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학생부 강화…수준별 이동수업 확대될 듯

또 현 중3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내년부터 일선고교 시험 난이도의 적정성이 강화되고 수준별 이동수업이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학생부 비중 강화가 특수목적고와 강남 열풍까지 식힐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내신의 상대평가 지표 다양화로 인해 고교 내신 부풀리기 현상은 최소한 내년 1학년 학생들부터는 사라질 전망이다. 지금처럼 학교 시험의 범위를 좁힌 뒤 문제를 가르쳐주거나 기출문제를 그대로 출제하는 비정상적 고교 교과운영 행태는 자리잡을 수 없게 된다.
학생들을 9등급으로 상대평가 해야 하는데다 대학들이 원점수와 평균, 표준편차를 감안해 학생부 성적을 평가하는 만큼 일선 고교에서는 적정한 난이도로 중위권 학생이 많은 '항아리형 분포'가 나올 수 있도록 시험 문제를 출제할 전망이다. 등급비율도 1등급 4%, 2등급 7%, 3등급 12%, 4등급 17%, 5등급 20% 등 항아리형이기 때문이다.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만 많은 '역삼각형 분포'는 고교의 대학 진학률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고교 교사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학교 수업 집중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에서는 잠만 자거나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하는 현상은 약화될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기대다. 수능시험도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되고 고교 교사를 출제위원으로 50% 이상 참여시키도록 함에 따라 '내신은 학교, 수능은 학원'이라는 공식은 깨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과 범위 내에서 출제된다 해서 문제가 쉬워지는 것은 아닌데다 수능시험의 점수가 사라지고 등급제로 바뀌는 만큼 일선 고교들은 '수준별 이동수업'을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등급에 맞춰 이동수업반을 편성한 뒤 교과서 보충을 위한 심층자료,독서지도 등을 학생들의 실력에 따라 단계별로 마련,지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가 현재 51개 과목인 선택 대상 과목을 줄이겠다고 밝힌 만큼 일선 고교의 학사운영이 원활해져 수준별 이동수업을 위한 여건도 나아졌다.


◆ 특목고 · 강남 열기 식을까
현행 입시제도에서 과열경쟁 양상을 주도하고 있는 특수목적고와 서울 강남 소재 고교에 대한 '진입열풍'이 사라질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생부 위주의 입학전형이 일반화돼 지역이나 학교에 관계없이 내신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기 쉬워진다면 이들 학교, 지역에 대한 선호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쉽게 나온다.
굳이 강남권에서 우수한 사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학교교육을 튼실히 받고 내신성적을 착실히 쌓으면 훨씬 더 대입 관문을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이번 개선안을 마련한 교육부의 의지다.
동일계 특별전형 도입 역시 과학고에서 이공계로, 외국어고에서 어문계로 진학하도록 적성과 진로에 맞는 선택을 유도하는 만큼 특목고의 입시기관화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교육부의 기대일 뿐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지금도 주요 사립대 등이 특목고생 등을 선발하기 위해 점수 부풀리기가 석차백분율보다 심한 평어(수우미양가)를 반영하고 내신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이 같은 방식으로 2008학년도 이후에도 원점수만 활용하거나 내신 비중을 더 낮춘다면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계 고교생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동일계 특별전형 역시 선발인원을 대폭 늘린 뒤 지원자격의 이수단위와 등급을 특목고 학생들에게만 유리하도록 조정할 경우 교육부의 취지는 무색해질 것으로 예상돼 대학들의 학생 선발 기준에 따라 성패가 달라질 전망이다.

◆ 교원ㆍ시민단체 강력 반대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2008학년도 이후 새 대입제도 개선안에 대해 학부모, 교원단체, 대학 등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학부모단체 등은 입시경쟁체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미봉책이라고 반발하고 나섰고, 대학들은 고교 내 학력격차를 변별할 수 있는 기준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내신 부풀리기는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학교별 학력격차가 반영되지 않아 대학별 고사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교조 등이 참여하고 있는 '올바른 대학입시제도 수립을 위한 교육ㆍ시민ㆍ사회단체 대표자회의'는 "새 대학입시안은 학벌주의와 서열화한 대학구조라는 입시경쟁체제의 근본 원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미봉책"이라며 "고교 등급제나 본고사 등을 시행하는 대학에 대해 아무런 제재수단이 없어 면죄부를 주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새 대입안의 전면 재검토와 안병영 교육부총리의 사퇴, 교육부 관료의 엄중문책을 요구했다. 이에 반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오히려 새 대입안의 학생부 중시 정책이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새 대입안은 실력이 우수한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서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며 "교육부가 새 입시안을 강행한다면 교육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기본방향은 긍정적이지만 고교별 학력차 반영 및 해소를 위한 방향제시가 없고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확대 등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 대학측의 내신 불신은 여전

일선 대학들은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 등을 막을 수 있는 조치가 미흡하다며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김완진 입학관리본부장은 "수능을 등급제로 바꾼 것은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되나, 현행 내신을 평균석차 백분율로 표기하는 것 역시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이정석 입학관리팀장은 "내신 부풀리기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고 수능 등급제로 인해 학생 수학능력을 변별하기 어려운 안"이라고 지적했고, 연세대 백윤수 입학관리처장은 "수능을 5등급제로 한다거나 1등급 비율을 높인다는 등의 소문이 실현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일선고교 교사들은 서울 강ㆍ남북 등 학교 소재지에 따라 반응이 엇갈렸다. 서울 경복고 이모 교사는 "내신반영 비중을 높인 덕에 대학이 너무 본고사와 유사한 전형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학교교육 정상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 이화여고의 한 교사도 "강북에 있는 학교가 강남에 있는 학교와 경쟁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환영했다. 반면 강남에 위치한 서울고 김모 교사는 "고교 등급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학교간 실력 격차가 있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새 대입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고려학력평가연구소 유병화 실장은 "학교간, 지역간 편차 해결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대학의 동의를 얻는 과정도 불충분해 대학별 고사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08大入제도 개선안 확정
◆대입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개선안은 무엇보다 학교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학 진학시 학생부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졌고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내용의 수능 반영도가 높아졌다.
고1때부터 학생부 관리 철저히=이에 따라 2008학년도이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생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각 과목별로 석차에 의한 9등급을 활용해 학생부 성적을 산출하기 때문에 평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학생부 관리를 위해 교과과정 공부를 열심히 해두면 수능 점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수능 시험 또한 교실 수업 내용을 반영해 출제되고, 출제 위원의 50% 이상이 고교 교사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 폭넓은 독서는 합격의 지름길=단순 암기 학습에 따른 내신 성적 산출을 피하고 대신 학생들의 사고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과별 독서 활동'이 학생부에 기록된다. 이를 위한 대비책으로는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폭넓은 분야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읽고 쓰는 능력은 단기간에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중3 이하의 학생들은 체계적인 독서 프로그램을 세워 책 읽기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술 실력 강화를 위해선 책을 읽고 난 후 감상이나 자신의 의견을 꾸준히 글로 써보고, 좋은 글을 따라 써 보면 도움이 된다.

◆ 상위권 대학 원하면 논술ㆍ면접 대비해야= 논술과 면접 구술고사는 지금도 수시 모집에서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부와 수능이 9등급제로 되면 정시 모집에서도 논ㆍ구술이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학생부 반영 비중이 높아지고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됨에 따라 각 대학들은 자체 입학 전형으로써 논술과 구술, 심층 면접 등의 평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경우 우수학생 선발을 위해 본고사 수준의 논술ㆍ면접 등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내신 관리와 함께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논술고사에서 제시되는 지문에 영어가 들어가고 면접 질문에 교과 내용의 원리 설명이 포함되는 등이 한 예다.

◆특목고는 동일계열 진학시에만 선택해야=그 동안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들이 과학고나 외국어고와 같은 특수목적고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 과학고는 이공계열 학과를, 외국어고는 어문계열 학과 진학을 염두에 두지 않는 이상 대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과학고 학생이 의예과나 한의예과로 진학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개선안에 따라 대입전형에서 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특목고 학생들은 일반고 출신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다. 대신 특수목적고 학생들은 이공계열이나 어문계열 진학시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많이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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