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포기자, 그들은 한국인인가? 외국인인가?
홍준표(洪準杓)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국적법 개정안이 5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적포기'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논란이 촉발된 계기는 법무부에 국적포기 신청이 줄을 이으면서다. 새 국적법이 발효 직전인 23일까지 국적포기를 신청한 사람은 모두 1692명(해외공관 포함)이다. 문제는 국내 신고자 1287명 중 16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남성이란 점이다. 자연스럽게 '원정출산'과 '이중국적'의 연장선에 있는 '병역기피'가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돈벌 때는 한국인, 군대갈 때는 미국인'
병역을 회피하고자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법이 시행되기 전에 자식의 국적을 포기시키려는 부모들이 급증하였다. 이에 국적포기를 둘러싼 비판이 온 나라를 달구었다. 이는 혜택은 누리면서 의무는 회피하려는 것은 얼토당토 않다는 것, 또한 '국적은 애국심'이란 정서에서 비롯됐다. 국적논란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가수 유승준씨는 미국 국적취득에 따른 결과로 한국 땅을 밟을 수 없게 됐다. 최근에는 이중국적을 가졌던 그룹 god의 손호영씨가 한국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밝혀져 도마위에 올랐다. 미국에서 태어난 손호영씨의 이중국적은 행정오류 때문이었지만, 네티즌들은 '돈 벌때는 한국인, 군대갈 때는 미국인'이라며 일부 연예인들의 이중성을 질타했다. 손호영씨는 "한국국적으로 귀하하고, 군대도 가겠다"고 발표하면서 국적화살을 모면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시대에 고급 두뇌의 유출을 막기 위한 국적의 유연함이라든가, 노동과 생산력 이동 시대에 걸맞은 국적취득 절차, 재외동포,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거주하는 동포에 대한 배려는 거의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법무부에 국적포기 신청자가 줄을 선 반면 한쪽에선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정 국적법...'병역기피 국적포기' 불가

법무부는 5월 24일자로 병역기피를 목적인 국적포기를 사실상 불가능케 하는 등 내용을 담은 새국적법을 발효했다. 이달 4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국적법은 12일 정부로 넘겨졌으며 이송후 15일 이내에 공포토록 한 법규정에 따라 이날 공포시행됐다. 법무부는 "이달 4일 개정 국적법이 국회 통과된 이후, 국적이탈이 급증하는 등 사회문제화 됐지만 개정 국적법이 공포,시행되면서 국적이탈이 평소 수준 이하로 감소하는 등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개정 국적법이 시행된 5월 24일 법무부의 분석 결과를 보면, 6일부터 23일까지 국적포기를 신청한 사람은 재외공관에 신고한 533명을 포함해 모두 1820명이며, 이 가운데 128명이 포기 신청을 철회했다. 이 기간 국적포기자 수는 지난 한 해 동안의 국적이탈자 1343명을 훨씬 웃돈다.

국내 국적포기 신고자 1287명을 나이별로 보면, 0~5살 179명, 6~10살 138명, 11~15살 443명, 16~17살 567명으로 15살 이하가 전체의 59%를 차지했으며, 여성은 16명에 지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적법 개정 전에는 병역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나이(18살)에 임박한 16살,17살 때 국적포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15살 이하 국적포기자가 급증한 것은 국적법 개정으로 병역을 피하기가 어려워진 사람들이 법 개정 이전에 국적이탈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국적출장소에 국적포기를 접수한 1,062명의 부모 직원은 공무원 9명(0.8%), 외국상사 주재원 578명(54%), 학계 인사 275명(26%), 기타(자영업자, 무직, 미기재) 2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모 직업 기재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직업을 적지 않은 사람 가운데 사회 고위층 인사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적포기자 부모 신상 공개 76.9% 찬성
한편,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19일 국적포기자 중 공직자 부모 명단 공개를 요청했으나, 김준규(金畯圭) 법무부 법무실장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신상은 공개하지 않는 게 옳다고 본다"며 공개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국적포기가 병역기피를 위한 최후의 수단'인 것으로 판단한 네티즌들의 맹렬한 비난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인권은 지켜져야 한다'며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디어다음의 토론방에서 실시한 '국적포기자 명단공개 찬반투표'에는 31,948명의 네티즌들이 투표에 참가하여 찬성에 76.9% , 반대에 19.0% , 판단유보에 4.2%의 결과가 나와 투표에 참여한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국적포기자 명단 공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법 개정안'에 대해 與野가 한 목소리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국적포기자 부모가운데 공직자의 명단을 공개하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국적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통과시킨 홍 의원은 병역포기 사례가 잇따르자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일깨워준다는 차원에서 부모 가운데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명단공개가 필요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김근태(金槿泰)보건복지부 장관이 5월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국적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홍준표(洪準杓) 한나라당 의원을 칭찬하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뜨거운 감자인 국적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제기가 "전적으로 옳았다"며 홍 의원을 추켜세웠다. 또한 그동안 홍 의원을 '저격수' '꼴보수'라고 비판했던 열린우리당 당원들과 지지자들도 홍 의원을 칭찬했다. 또한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는, 5월2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현직 공무원과 유수 기업체 임원, 대학교수 등이 자녀의 국적을 포기한 것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응당 책임을 묻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자녀의 한국국적을 포기한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할 뜻임을 밝혔다.

국적포기자들에 대한 불이익

그렇다면 한국인으로 사는 것과 재외동포 신분으로 사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1999년 9월 제정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외 동포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거소 신청 등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대한민국 국민과 거의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는 한국 국적을 포기한 뒤 미국이나 캐나다 국적을 선택한 경우 재외동포로 인정받는 방법이 있었다. 별 불편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 국적포기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국적포기자를 외국인으로 간주해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국적자가 병역회피를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외국인으로 간주해 비자 발급 등을 까다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내 체류가 어려워진다. 외국인 신분이 되면 재외동포와는 처우가 다르다. 공무원이 될 수도 없고, 국회의원 등 선거에 출마할 수도 없다. 물론 투표권도 없다. 이런 것은 별 상관없다고 말한다면 그 뿐이지만, 체류 심사도 엄격해지는 등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무늬만 한국인'인 그들이 맞닥뜨릴 가장 큰 불편은 '진짜 한국인'들의 따가운 시선일 것이다.

병역을 마쳐야 한국국적을 포기가능

외국국적 취득은 우리 헌법에 규정된 거주이전의 자유에 의해 보장된다. 그러나 우리 법은 무국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아 반드시 한 국가에 소속돼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 국적을 포기하려면 반드시 먼저 외국국적을 취득해야 하며, 이중국적은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타 국가 국적을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우리 국적 또는 외국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해외출생에 의해 위국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는 만 22세까지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출생에 의해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 병역문제를 해결해야만 국적선택을 할 수 있다.

이번 개정 국적법의 핵심은 부모가 영주 목적으로 출국한 상태에서 태어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모의 원정출산, 유학, 해외근무 등으로 출생한 이중국적자는 나이에 관계없이 병역 이행 또는 면제가 없으면 우리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국적포기 관련 일문일답
외국인 신분 =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외국인 신분이 된다. 따라서 국내 체류를 위해서 국적포기 후 30일 이내에 외국인 체류자격을 받아야 한다.
즉시 법적효력 = 한국 국적 포기신청을 하면 즉시 법적 효력이 발생하고, 국내 호적이 정리되는데는 신청 후 통상 15일~1개월이 소요된다.
어떤 체류자격 = 성장과정과 취업 등 신분이 바뀔 때마다 각기 다른 비자가 필요하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방문동거(F-1)자격을 부여하지만, 대학에 입학하면 정식 유학비자가 필요하다.또한 외국인이기 때문에 해외로 일시 출국 하더라도 반드시 재입국 허가를 받아야하는 등 국내 체류 절차가 까다롭다.
취업 가능한가 = 취업비자가 필요하다. 우리국민이 취업 불가능한 분야나 첨단기술 분야 등에 한정해 허가해주고 있다. 직종을 옮길 때도 새로운 비자가 요구돼 직장이동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초중고 입학하려면 = 외국인이 초중고에 입학하려면 해당 학교의 학칙을 따르게 돼 있다. 현재 국적포기자가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당장의 퇴학 등의 불이익은 없다. 다만 일반국민과 달리 취학 통지서 등이 자동으로 발급되지 않으므로 입학하려는 학교와 개별 상담을 해야한다. 또한 대학에 입학 시 외국인 특별전형제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금융상품 가입불가 = 통장 개설은 외국인 등록증과 여권 등으로 실명확인만 되면 가능하다. 그러나 신용대출은 연대보증인이 필요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된다. 또한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절세 저축상품에 가입할 수 없을 뿐아니라, 해외 송금 절차도 복잡해진다.
보험,부동산,운전면허 =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다. 한국국적자는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나, 외국인은 자신이 원할 때 신청하면 된다. 운전면허도 외국인등록증과 여권 등을 제시하면 내국인과 똑같이 시험을 치를수 있고, 면허취득 방법도 동일하다. 부동산 거래는 크게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부동산 거래가 가능하면, 미국 국적자도 한국에서 부동산 거래가 가능하다.
재외동포 체류자격 가능한가 = 국내 생활 근거가 없는 국적포기자 중 자격요건에 충족한 사람이라면 재외동포 체류자격(F-4)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원정출산에 의해 이중국적자가 됐다가 우리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부모가 국내에 거주하는 등 국내에 생활 근거가 있으면 법무부 내부지침에 의거하여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
국적 회복 가능한가 = 국적법 9조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었던 외국인은 법무부 장관의 국적회복허가를 받아 우리 국적을 회복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법무장관은 국가 또는 사회에 위해를 끼친 사실이 있는 자,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포기한 자 등에 대해서는 국적회복을 허가하지 않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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